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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정책의 새 방향 제안하는 토론회 열어

 

 

≪일다≫ 새로운 시민 연대와 관계성 만드는 ‘가족구성의 권리’

지난 11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만 19세~34세 청년층은 결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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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만 19세~34세 청년층은 결혼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년 여성의 경우엔 18.7%만이 꼭 결혼할 것이라 답했다. 청년 남성의 경우는 37%가 꼭 결혼할 것이라 응답했다. 출산 의향도 마찬가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청년 여성의 경우엔 41.4%에 달한다. 청년 남성의 경우엔 22.7%로 나왔다.

 

이런 결과를 두고,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친밀한 관계를 ‘선택’하는 세대가 출현한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가족구성권연구소 주관으로 19일 열린 온라인 토론회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에서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한 내용이다. 마경희 연구위원은 이어 “이성애 핵가족의 정상성을 전제로 한 ‘다양한 가족’이 아니라, 시민권으로서 친밀권을 보장하는 법, 제도,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여성가족부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 보도자료 중

 

정부 또한 이런 사회적 흐름을 감지하고 있다. 1월 발표한 제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안)은 ‘모든 가족,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가족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회에 가족정책의 ‘새 방향’이 잡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토론회에선 “보다 더 분명하게, 실질적으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모든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모였다. (취재: 박주연 기자)

 

“개인의 생애에 가족다양성이 들어온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변화해야 할 가족정책의 방향과 관점에 관해 먼저 짚었다. “모든 개인을 가족 안으로 밀어 넣거나, 개인의 권리를 가족을 통해서만 전달받도록 하는 차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족을 넘어서도 인간다운 생존과 삶이 가능할 때, 가족관계 내에서도 친밀한 결속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국가의 책무는 ‘가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결속을 막는 사회경제적인 제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기존의 이성애 결혼과 혈연을 기반으로 한 핵가족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사회적 연대와 시민권에 기반한 정책적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가족구성의 권리는 폐쇄적 가족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시민적인 연대와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족구성권연구소가 주관한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온라인 토론회 참가자들.


김순남 대표는 ‘가족다양성’의 개념에 대해서도 사고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단위, 그로 인한 안전망과 생존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보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짚으며 “가족에게 생존이 일임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각자도생으로 살거나 가족관계를 단절하는 ‘가족주의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사회는 가족이라는 틀이 매우 견고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 개인의 삶에서도 가족의 형태는 유동적이다. “살다가 1인 가구가 될 수도 있고, 동거가구가 될 수도, 이혼가구가 될 수도” 있듯이 “개인의 생애에 가족다양성이 들어온다”는 거다.

 

“가족다양성은 특정한 가족이나 개인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식으로 전환하여 사고될 필요가 있다.”

 

'정상인구’ 구축하려는 기능주의적 가족제도 넘어서야

 

김순남 대표는 또한 ‘정상인구’를 구축하고 ‘가족 정상성’을 공고히 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상인구를 구축하고자, 다양한 가족을 ‘차별’하며 특정 구성원들을 별도로 ‘보호’해 온 국가의 움직임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장애인 조사로 알려져 있는 <장해자조사보고서>(1966년)에선 “혼혈아를 사회적 장애로 분류”했었다. “장애라는 의미가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에 대한 규범뿐만 아니라, 가족상황에 대한 차별과도 연결”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88년 만들어진 모자복지법은 가족상황에 대한 차별과 ‘여성 보호’가 연결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법이 제안된 건 “현대사회의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화 등으로 배우자와의 사별, 이혼, 별거 및 기타 사유로 배우자가 없거나, 배우자가 있어도 폐질·불구 등으로 장기간 근로능력을 상실해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모자가정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모자가정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김순남 대표는 이렇게 탄생한 모자복지법은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자 함이 아니라, 남편의 부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도 “한부모 가족과 미혼모 지원이 분리”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의 삶을 인구정책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기능주의적인 가족제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삶이 이상적인 출산을 위한 ‘사회적인’ 기능이나, 가족의 삶에 종속되지 않고, 존엄하고 차이를 가진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극복 중심의 인구정책과 가족정책의 패러다임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거기서 벗어나야 “출생률을 위한 도구로서의 시민의 삶이 아니라, 실제 서로를 돌보고 다양한 친밀적 유대를 만들어가는 개인의 삶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건강가정’ 등의 분류를 통해 ‘정상성’ 규범을 강화하는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한국한부모연합이 제작한 카드뉴스. “비정상 가족은 없다”

 

‘위기가족’이 아니라 개인이 마주한 ‘위기’를 해결하라

 

소위 ‘위기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가족정책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맞춤형’이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들리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정책으로 인해 낙인을 경험하거나 잔여적인 복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순남 대표는 “정상가족의 독점적 지위를 그대로 둔 채 부부 중심의 양육, 돌봄, 노동, 돌봄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그 외곽의 가족들은 잔여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상가족, 위기가족의 구분 자체가 문제라는 것.

 

또한 이런 ‘맞춤형’ 가족정책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삶들을 포착하지 못하고 그들이 겪는 불평등을 주목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결혼에서 이혼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는 한부모지원정책에 해당될 수 없고, 청소년의 독립은 1인가구로서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 사람의 생애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거쳐가며, 그 안에는 ‘정상가족’이 있을 수도 ‘위기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 즉 “정상가족과 위기가족은 고정적이지 않다.” 김순남 대표는 “모두가 인생에서 어떤 ‘위기’를 경험할 수 있기에, 그 ‘위기’를 해결하는 보편적인 관점이 가족정책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 779조 ‘가족의 범위’ 조항 폐지해야

 

가족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민법 779조의 ‘가족의 범위’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김순남 대표는 “호주제 폐지 이후 등장한 이성애 결혼과 혈연 중심의 ‘가족의 범위’ 규정은 처음부터 가족다양성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남겨졌지만, “이 조항은 이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면 민법의 ‘가족의 범위’ 조항에 근거해서 “조세, 준조세, 재산, 의료, 입양, 주거뿐만 아니라 고용영역이나 가족정책 전반에 맞물려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해왔기 때문”이다.

 

민법 개정만이 아니라, 생활동반자법 제정도 필요하다. 2020년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HK+가족커뮤니티 사업단과 가족구성권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가족실천 및 가족상황 차별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드러낸다.(관련 기사: 가족은 이미 변화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왜 아직도?) 생활동반자법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가족으로서의 지위나 보호자 자격을 갖지 못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함께 삶을 공유하고 생애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주거공간”을 갖기 어렵다는 호소도 제기됐다.

 

≪일다≫ 가족은 이미 변화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왜 아직도?

올해 1월에 발표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이전과 다른 변화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족정책은 정책의 대상을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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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착되지 않는 삶, 제도로부터 배제된 삶이 없도록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토론회에서는 가족구성의 권리와 깊게 연결되어 있는 재생산정의 운동, 장애인 탈시설 운동, 빈민 운동, 성소수자 운동, 주거권 운동 분야의 전문가들도 각각 의견을 보탰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다시 한번 “‘다양한 가족’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짚으며, 단지 “인정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인구재생산이 아니라 ‘삶의 재생산’이 되어야 한다. ‘취약가족’, ‘위기임신’ 대신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고려하는 가족정책이 필요하다”며, 나영 대표는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위기임신’을 지원하여 시설과 입양으로 귀결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지와 양육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삶의 역량을 지닐 권리로서 성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 <‘가족다양성’을 넘어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족정책을 제안하며> 토론회에서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의 발표 자료 중.

 

성소수자 운동 진영에선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에 성소수자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실태조사부터 주문하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동성 부부는 집계될 수 없다. 포착되지 않는 삶이다.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건, 안정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도 없고 때로은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이번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에서도 성소수자는 온전히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혈연 관계를 중심으로 둔 가족을 단위로 함으로써 “빈곤 가족이 경험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인정하기보다, 정상 규범에서 벗어나는 가족을 지원에서도 배제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사회보장의 기본단위가 ‘가구’이다 보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포착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함”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가난한 가족이 함께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질문조차 없다”고 꼬집으며, “(사회보장제도의 기본단위가) 가구가 아닌 개인 단위로 재편”하라고 요구했다.

 

“사회적인 안정망이 부재한 사회에서도 개인으로 살고자, 관계의 존엄을 지키고자 실천하고 살아낸 소수자들의 삶을 존중”하라고 말하며,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주문했다.

 

“근대적인 성별 이분법에 기반해 인구의 ‘정상성’과 생애 차별을 공고히 해 온 가족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의 문법을 ‘발명’하고 ‘탄생’시키는 사회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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