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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당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일다≫ 코로나 이후 성매매 여성들이 겪는 문제 ‘수면 위로’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 곳곳의 취약 집단과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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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 곳곳의 취약 집단과 그들이 겪는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서울시 소재 유흥업소에 영업중지 명령이 떨어졌을 때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며 감염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낙인과 배제는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지난 3월 29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 <사회적 재난과 성매매-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들은 전혀 안녕하지 않다.

 

성매매 아니면 빚, 벼랑 끝에 내몰린 여성들

 

유나 ‘이룸’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방역의 대상으로만” 이야기될 뿐 “그 외 어떤 이야기도 없다”고 말하며,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언론 또한 주로 ‘유흥업소’의 상황만 다뤘을 뿐 그 안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주목하지 않았다. 유흥업소도 받는다는 재난지원금을 성매매 여성은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 3월 29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주최한 <사회적 재난과 성매매-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온라인 토론회에서 혜진 활동가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의 인적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서 여성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것을 목격한 ‘이룸’은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2020년 5월 27일부터 6월 14일까지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 산업 종사 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거다. 이를 통해 46명의 상황을 확인했고, 6명과는 인터뷰를 진행해 조금 더 세밀한 이야기를 들었다.

 

혜진 ‘이룸’ 활동가는 “몇 십조원에 육박하는 성매매 산업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응답 인원이지만, 어렵게 모인 목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여성들은 모두 “사회가 어떻게 성판매 여성을 배제하고 무시하는지” 이야기했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고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특히 “월세, 휴대폰 비용 등의 고정지출 비율이 52.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일수, 대출 등 이자 상환이 23.9%”, “가족 부양을 위한 비용이 13%”, 이 외에도 “의료비 지출과 학비” 등이 거론되었다.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에 직면하자 “소비를 줄이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시도”했지만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는 문제는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식당이나 카페, 호프집 등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체적으로 경제 활동 자체가 경직된 상황이기 때문에 안 그래도 이들에게 높았던 노동시장의 문턱은 더욱 높아” 여의치 않았다.

 

“솔직히 자포자기하고 내려간 거여서. 걸리면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내려간 거여서. 지방 내려간 언니들은 다 이런 맘으로 내려갔을 거예요 아마. (감염을 감수한다?) 네, 왜냐면 내가 이제 굶어 죽게 생겼는데.” <사례 5>

 

결국 이런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감염 가능성과 동선 공개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일수 대금과 관련해 힘든 일을 겪어본 여성(관련 기사: “업소언니 우대” 대출에 숨은 비밀 https://ildaro.com/7687)이 “다시 절대 일수를 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영업중지 명령이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 등이다. 혜진 활동가는 “이들은 성매매 아니면 일수, 카드빚이라는 편협한 ‘선택지’만 부여 받은 채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진단했다.

 

▲ 혜진 ‘이룸’ 활동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 산업 종사 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얘기한 경제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일자리 잃었지만 공적 지원금 받기는 거의 불가능

 

이 여성들 중 일부는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다. 전국민 대상이었던 긴급지원금이나 지자체 재난지원금 등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소득 감소나 고용 형태의 증빙 없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이외”에 다른 지원 정책을 활용하긴 어려웠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자 ‘이룸’ 측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할 여성들이 당장 활용할 만한 정책이 있는지 검토했고,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대상 특별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신청을 위해선 “코로나19 이전부터 해당 업소에서 일해왔다는 업주의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이룸은 이런 정보를 서울시의 다른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와 유흥업소 커뮤니티, 이룸에서 만나 온 당사자 여성들에게 홍보했다. 하지만 “지원금을 신청하고 수령하는 과정에서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든 알려질 것이라는 공포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신청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업주로부터 고용 여부를 확인 받아야 하는 절차 때문에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이들 중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감염 위험뿐만 아니라 동선 공개에 따른 낙인에 대한 공포

 

성매매 여성들이 마주한 건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다. 노동 현장에서 위험해지지 않을 권리, 건강권과 노동권도 침해 받고 있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경과, 구매자와 접촉을 피할 수 없는 성매매 산업에서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들어갔는데 손님이 기침 좀 한다고 무섭다고 나올 수도 없다. 우리가 [손님들처럼] ‘뺀찌’ 놓고 나갈 수가 없으니까. 손님 싫다고 나가면 손님도 끝이고[=돈도 못 받고] 업주도 하루 종일 뭐라 하고, 그냥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사례 6>

 

성매매 여성들은 이런 두려움을 안고 있음에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과 방역 조치는 여성들 개인의 책임일 뿐, 성매매 업소에서는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2020년 6월 진행한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사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감염 위험만이 아니라, 감염으로 인해 “동선이 공개될 때 사회적 낙인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들 중 11명은 “공개로 인한 낙인을 우려해 선별검진소를 방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동선 공개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말한 이들도 있다.

 

혜진 활동가는 “이전에도 성매매 여성을 향한 뿌리 깊은 낙인과 차별로 성매매 과정에서의 폭력 피해를 신고하는 게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일하는 곳이 감염의 주요 진원지로 여겨지고 실제로 벌금을 내는 사례를 목도하면서 여성들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좌절을 마주한다”고 했다.

 

“역학조사로 동선 공개되고 욕 오지게 먹은 다음, 병원에서는 업소녀라고 몰카 찍힐 것 같아서…”, “내 동선 까발려져서 ○○○번 확진자 이동 경로 좀 보라고, 창녀라고 다들 말할 테니까. 그리고 난 돈 없어서 불법이어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데 그럼 치료비에 벌금까지 물 거니까”, “감염되면 업소녀라고 밝혀질까 봐 무서운데, 마스크도 못 끼고. 이걸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음. [주변에서는] 건강염려증이라고 취급 받고, 상담센터나 정신과 가서 말할 수도 없다.”

 

혜진 활동가는 “통제 불가능한 노동환경, 질병 감염의 높은 가능성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한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 종사자가 처한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그를 담보로 한 이윤 추구에만 급급한 업주와 관리자들, 그리고 검사와 치료 등 최소한의 의료 조치마저 주저하게 만드는 성매매 여성-감염인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 때문에 이들은 당연한 권리로부터 배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성매매 여성들의 ‘빈곤’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가

 

“자살했다는 언니들 소식을 너무 많이 들었고, 특히 강남권 언니들은 일수(빚)가 거의 몇 천만 원이잖아요. 한두 명이 아니고 좀 많이 그랬나 봐요. 그 언니들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요. (대체로 일수 빚 때문에?) 네 일수나, 카드는 일수는 아니니까 ‘밀려도 그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일수 같은 경우는 무자비하게 그냥 [채권 추심을] 해버리니까. 강남 쪽 언니들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돈 오십 삼십이라도 [재난 지원금을] 주면 좋겠는데 왜 우리는 안 해주냐는 거예요.” <사례 5>

 

혜진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들이 여러 측면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지원 제도에서 배제되며 사회에 제대로 위험 신호도 보내지 못한 채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회적 재난과 성매매> 온라인 토론회에서 혜진 ‘이룸’ 활동가가 성매매 여성들이 마주한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 산업 속 여성들은 생계 위기에 처한 공동체적 대책이 필요한 존재, 즉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어떤 제도적 틀에서도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하며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여성들의 문제를 “빈곤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산업의 여성들은 생존이 막막한 상황에 처했으나, 생존이 위협받는 사람들로 인정받지는 못한 상황”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이룸 활동가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을 ‘빈곤’ 문제로 보았을 때, 시급하게 개선되거나 시행되어야 할 제도적 방안을 제시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가구주 기준이 아닌 개인 기준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1인 50만원밖에 되지 않으며 조금이라도 수입이 발생하면 수급비에서 그만큼 제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도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재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에서 제외하는 “부양의무제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주택 마련 등 주거 안전망 확보에 대해서도 요구했다. “누군가는 주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득의 16.1%의 비용(2019년 임차가구 월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을 매달 주거비용으로 지출해야 하고, 누군가는 주거 목적이 아닌 주택 소유로 막대한 수익을 쌓는 현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

 

‘코로나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빈곤층을 포획한 대부업에 대한 규제도 필수적이다. “대부금융협회가 파악한 2020년 불법 사채 거래는 5,160건으로 2019년보다 3배 증가, 2020년 불법사채업자들이 받아낸 연 환산 평균 이자율은 401%로 2019년 145%보다 3배 급증”했다.

 

성매매 산업이 대부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관련 기사: “성매매는 당사자 여성들에게 언제나 경제문제였다” https://ildaro.com/8876성매매 여성들에게 수입이 끊긴다는 건 “생존 위협인 동시에 채무 위협”이기도 하다.

 

“열악한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인 것마냥 손을 내미는 대부업을 통해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이들은 재난 상황이 아니어도 늘 존재해왔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최소 수준을 제외하고는 대부업이 사라질 수 있는 ‘대부업 산업 규제’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무시와 혐오…인식의 전환을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무시와 혐오도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혜진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 여성들이 마스크 착용 등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등한 통제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구매자는 성별권력관계를 토대로 위계를 행사하며 판매자는 그런 구매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성매매 산업에서 권력관계의 특징”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은 바뀌어야 하며, “성매매 산업이 전제하는 성별권력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여성과 남성의 성별권력관계를 전제로 성업하고 있는 성매매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혜진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 여성을 포함하여 생존 위협을 마주하는 많은 사람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혐오와 차별에 시달리던 성소수자들, 성매매 산업 여성들은 극심해진 혐오와 차별로 두려움을 느끼며 건강권을 위협받았고, 공적 구제 대상에서 배제되어 온 이주민들, 성매매 산업 여성들은 코로나19 지원 제도에서도 배제되었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사회 곳곳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단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공허하다. “필요한 것은 재난 이전의 일상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재난 이전의 일상에 이미 깊이 스며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재난 이전의 일상과는 다른 가치가 중심이 되는, 다른 모습의 새로운 사회적 전환”이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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