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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동반할 수 있는 공공장소 많아져야

얼마 전 어떤 강연회에 참가했다가 중간에 애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성(어머니로 추정되는)이 주위 사람들의 쏟아지는 욕설을 들으며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곳에 애를 데려왔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 여성이 ‘얼마나 그 강연을 듣고 싶었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이 언짢았다.

“아이를 낳는 건 감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거나 맡길 돈이 없는 사람들은 행동반경이 집에서 얼마 벗어나지를 못한다. 집중이 필요한 공공장소들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건 상식 밖의 일로 취급된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일들(놀이)에 반강제적으로 동참해야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동반하긴 어렵다.

공공건물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몇몇 교회들은 유아를 동반한 사람들이 함께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배당 한 켠에 ‘유아실’을 두고 있다. 유아실 내부를 살펴보면 예배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스피커를 통해 내용을 전달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유아실 안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잠을 자거나 기저귀를 갈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욕을 먹거나 예배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건물의 설계 기획단계에서 유아를 둔 사람들을 고려했음이 분명하다.

유아실이 전체 건물에서 차지하는 면적이나 위치 등을 보았을 때 이런 설계가 별도의 큰 비용을 들이는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아이를 항시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들도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양육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비단 포교의 공간뿐 아니라 여러 건물들(영역들)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에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져본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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