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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나누던 공동체문화 되살리는 여성농민들의 시도 
 

1가구 1토종품종 갖기 운동 벌이는 여성농민들 © 전여농

농사철이 시작됐다. 논에는 묘 심기를 위해 물을 대고 있고, 밭에는 각종 채소 묘종이 심어지고 있다. 시장에는 올해 새로 나온 묘종들이 한창 팔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농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참 많이 달라진 현실이다.

 
예전엔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민들은 다음해 농사지을 씨앗을 분리해 갈무리하고, 봄이 오면 그 씨앗을 파종해 직접 묘종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수확한 씨앗을 보관하고 직접 씨를 뿌리는 농민들이 거의 없다. 이제 농민들은 매년마다 종묘회사에서 파는 묘종을 사서 농사를 짓는다.
 
“묘종을 사다 심는 것이 일반화되어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토종씨앗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예로부터 “씨앗 갈무리를 하고, 파종하고, 씨앗을 거두는” 일은 “여성농민 고유의 역할이었고, 정체성과도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자주권 상실, 토종씨앗 거의 사라져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문화와 가치와 거의 파괴된 것이나 진배없다. 마을에서 이제 토종씨앗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고, 농민들 같에 마을공동체 안에서 좋은 씨앗을 나누던 문화는 사라졌다.
 

토종씨앗이 없으면, GMO를 거부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다.

문제는 ‘오래된 전통문화와 가치’가 사라진 현실에서 멈추지 않는다. 매년 “정부가 권장하는 품종을 위주로” 농민들은 종자값을 지불하며 종묘회사로부터 씨앗과 묘종을 살 수밖에 없고, 종묘회사가 파는 품종으로만 농사지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그 품종에 맞는 적정한 비료와 농약의 종류와 양 등이 획일화 될 수밖에 없다. 그 품종이 더 많은 비료와 농약을 필요로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농민들이 종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종묘회사에 완전히 종속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는 더이상 식탁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토종씨앗이 없으면 유전자변형작물(GMO) 종자를 거부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토종씨앗이 없어지고, 마을에서 씨앗을 나누던 문화가 사라지은 우리의 건강권이 파괴되고 미래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다.
 
이런 위기 앞에 전여농은 올해 핵심사업으로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됐고, 처음에는 여성농민들 스스로가 토종씨앗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또한 토종씨앗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보유현황과 실태조사가 급선무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토종유전)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알기 위해 마을마다 들어갔어요. 집집마다, 마을마다 무엇이 남아있는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고, 보유량이 많을 때는 얻어오기도 하구요.”
 
전여농 여성농민들은 시군별 10여곳 정도를 방문조사하고, 적은 양이지만 토종종자를 확보했다. 확보된 토종종자의 양을 늘이기 위해 증식포를 파종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는 팥, 녹두, 보리, 콩, 상추, 하우스참외 등 “여성농민회 회원이면 1농사 1품종 갖기 사업이 핵심”이다. 전여농의 주도 하에 올해 여성농민들은 9개도에 300평 이상씩 채종포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수확기에는 토종씨앗축제를 열어 “여성농민들이 심고 가꾼 씨앗을 한데 모아 국민들에게 나누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지연 사무국장은 “반드시 유기농으로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토종씨앗의 증식을 위해선 농약을 치지 않아야 하니까 농민들의 노동력과 공이 엄청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토종씨앗의 지속적인 생산과 증식을 위해선 농민들의 노력과 함께 “토종종자의 가치를 알아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토종씨앗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 늘어나야
 

작년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던 토종옥수수

그런 이유로, 전여농은 소비자를 조직화하는 일에 나섰다. “만원의 행복이라고 해서, 1만원 내는 소비자 회원”을 모집했다. 소비자 회원들이 낸 1만원은 농민들의 생산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작년에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나선 ‘1천명 소비자 회원 모집’은 200여명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토종옥수수의 경우에는 농민들의 생산물량에 비해 소비자가 그만큼 조직되지 못해서 수확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옥수수는 따고 나서 2~3일 내로 먹어야 경화되지 않아요. 그래서 급하게 판로를 알아보다가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에 연락해서 간식용으로 먹는 게 어떻겠냐고 했죠. 교육용으로 좋고, 아이들 몸에 좋고, 전당분을 아이스크림으로 먹는 것보다 토종씨앗의 중요성도 설명하고 간식도 먹고. 결국 다 팔았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죠.”
 
토종옥수수를 맛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안전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맛이 좋아서” 소비자평이 매우 좋았다는 것. 앞으로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은 그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동참할 소비자를 조직화하는 일, 즉 도시와 농촌의 원활한 교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정은 기자 일다는 어떤 곳?
 
씨앗기금 계좌: 078-01-158077(농협) 예금주: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02-582-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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