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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등 반대 속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착공식 진행
“오늘 정말 기뻐서 죽겠습니다. 좋아죽겠는데 더 무슨 말을 합니까.”
2003년 12월 18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에서 주는 생활지원금 일부를 쪼개어 주춧돌기금을 마련하면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이 시작됐다. 그리고 5년 여의 시간이 지나,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착공식이 열렸다. 단상에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감격 어린 목소리로 그토록 고대해온 박물관 건립을 맞이하는 기쁨을 전했다.
착공식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들의 역사를 통해, “전쟁의 반인권성과 군국주의의 위험을 폭로하고 우리 후세에 평화교육의 전당을 물려”주겠다는 취지로 2004년 12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가 발족됐지만 건립부지와 기금 마련이 큰 문제였다.
한·일 양국정부의 외면 속에서 “고액의 기부자나 기업체가 아닌,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준 국내외 시민들의 힘”으로 현재까지 17억 원 정도가 모금되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비의 30%수준에 불과하다.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건립부지 승인 노골적 방해
무엇보다 박물관 건립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건립부지 문제다. 여러 노력 끝에 2005년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 내 주차장 옆 부지(현 매점부지)를 박물관 건립부지로 승인 받았지만,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이 “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해 10월 도시계획실시인가까지 내어준 준 서울시는 광복회 등의 강한 반대가 계속되자, 현재 박물관 건립예정 부지에 있는 매점건물에 대해 최종 멸실 허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착공식은 진행되었지만, 실질적인 터 파기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월 8일 진행된 착공식 당일에도 광복회 등 관련단체 회원 30여명이 행사장에 찾아와 “서대문형무소는 유네스코에 등록시켜야 하는 곳”이라며 “(위안부와) 격이 맞지 않다”고 소리치는 등 잠시 소란을 일으켰다.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이 상황을 지켜 본 시민들은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다.
작전여고 3학년 김은희 학생과 박솔 학생은 ‘박물관 건립이 독립운동을 폄하시킨다’는 광복회의 주장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일본에서도 박물관 건립에 함께 노력해주는데 (한국 분들이) 반대한다는 게 창피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온 전시폭력문제연락협의회 다카하시 기쿠에씨는 “가해국 일본에서는 가해의 진실을 기록하는 것을 반대하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지만, 피해국 한국에서도 동지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물관 건립위원회는 착공식 ‘희망의 터’ 다지기를 통해 “다시 한번 박물관 건립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본서도 박물관 건립위원회 발족, 모금운동 벌여
착공식을 기념해 11일~15일까지 서울메트로미술관 2관(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역사 내)에서 <전쟁과 여성인권국제전>도 개최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콩고, 베트남, 독일 등의 사례를 통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기억하는 자리다.
건립모금을 위한 일본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번 착공식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개인 및 단체자격으로 참석해, 100만 엔의 성금을 전달했다. 또, 지난 달에는 박물관건립을 지원하는 일본 측 건립위원회가 발족했다. 2월 7일 결성되어 한달 만에 모금액이 26만 엔을 넘었다고 한다. 건립위원회는 향후 5천만 엔의 모금목표액을 계획하고 있다.
“이 세상에 와서 자식도 남기지 못했는데, 이대로 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그냥 가면 어쩌나 참 내 인생이 불쌍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정대협에서 우리의 박물관을 짓는다고 하니 무엇보다도 기쁘죠. 내가 죽어도 나를 잊지 않겠다고 하니 그 고생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쪼록 박물관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의 역사를 보고 배워서 우리처럼 속지도 말고, 우리처럼 그런 수난도 당하지 말고, 그렇게 험난한 세월을 보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박희정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어떤 곳?
“오늘 정말 기뻐서 죽겠습니다. 좋아죽겠는데 더 무슨 말을 합니까.”
2003년 12월 18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에서 주는 생활지원금 일부를 쪼개어 주춧돌기금을 마련하면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이 시작됐다. 그리고 5년 여의 시간이 지나,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착공식이 열렸다. 단상에 오른 이용수 할머니는 감격 어린 목소리로 그토록 고대해온 박물관 건립을 맞이하는 기쁨을 전했다.
착공식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들의 역사를 통해, “전쟁의 반인권성과 군국주의의 위험을 폭로하고 우리 후세에 평화교육의 전당을 물려”주겠다는 취지로 2004년 12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가 발족됐지만 건립부지와 기금 마련이 큰 문제였다.
한·일 양국정부의 외면 속에서 “고액의 기부자나 기업체가 아닌,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준 국내외 시민들의 힘”으로 현재까지 17억 원 정도가 모금되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사업비의 30%수준에 불과하다.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건립부지 승인 노골적 방해
무엇보다 박물관 건립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건립부지 문제다. 여러 노력 끝에 2005년 서울시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 내 주차장 옆 부지(현 매점부지)를 박물관 건립부지로 승인 받았지만,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이 “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해 10월 도시계획실시인가까지 내어준 준 서울시는 광복회 등의 강한 반대가 계속되자, 현재 박물관 건립예정 부지에 있는 매점건물에 대해 최종 멸실 허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착공식은 진행되었지만, 실질적인 터 파기에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월 8일 진행된 착공식 당일에도 광복회 등 관련단체 회원 30여명이 행사장에 찾아와 “서대문형무소는 유네스코에 등록시켜야 하는 곳”이라며 “(위안부와) 격이 맞지 않다”고 소리치는 등 잠시 소란을 일으켰다.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이 상황을 지켜 본 시민들은 씁쓸한 기색이 역력했다.
작전여고 3학년 김은희 학생과 박솔 학생은 ‘박물관 건립이 독립운동을 폄하시킨다’는 광복회의 주장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일본에서도 박물관 건립에 함께 노력해주는데 (한국 분들이) 반대한다는 게 창피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온 전시폭력문제연락협의회 다카하시 기쿠에씨는 “가해국 일본에서는 가해의 진실을 기록하는 것을 반대하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지만, 피해국 한국에서도 동지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물관 건립위원회는 착공식 ‘희망의 터’ 다지기를 통해 “다시 한번 박물관 건립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본서도 박물관 건립위원회 발족, 모금운동 벌여
착공식을 기념해 11일~15일까지 서울메트로미술관 2관(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역사 내)에서 <전쟁과 여성인권국제전>도 개최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콩고, 베트남, 독일 등의 사례를 통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을 기억하는 자리다.
건립모금을 위한 일본에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번 착공식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개인 및 단체자격으로 참석해, 100만 엔의 성금을 전달했다. 또, 지난 달에는 박물관건립을 지원하는 일본 측 건립위원회가 발족했다. 2월 7일 결성되어 한달 만에 모금액이 26만 엔을 넘었다고 한다. 건립위원회는 향후 5천만 엔의 모금목표액을 계획하고 있다.
“이 세상에 와서 자식도 남기지 못했는데, 이대로 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그냥 가면 어쩌나 참 내 인생이 불쌍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정대협에서 우리의 박물관을 짓는다고 하니 무엇보다도 기쁘죠. 내가 죽어도 나를 잊지 않겠다고 하니 그 고생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쪼록 박물관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의 역사를 보고 배워서 우리처럼 속지도 말고, 우리처럼 그런 수난도 당하지 말고, 그렇게 험난한 세월을 보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박희정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어떤 곳?
[관련 기사] 광복회의 ‘위안부’ 박물관 백지화 요구에 대해 박희정 기자 200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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