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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보아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한국에서 혼전 성관계로 인한 비혼모의 출산은 연간 6천여 명에서 1만3천여 건 내외로 추산되지만, 정확한 규모나 이들의 삶에 대한 실태는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비혼모들의 다수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지 못한 채 입양을 선택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확한 통계가 잡혀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입양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비혼모의 양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지를 얻음에 따라 관련 연구와 정책포럼 등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딸이 임신을 했다면…
리처드 보아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시도별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한국 비혼모의 현실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은 “응답자들이 자녀의 혼전임신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10대 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남자친구의 부모와 상의한 후 낙태시킨다”(36.6%), “남자친구의 부모와 상의 없이 낙태시킨다”(25.3%) 순으로 답했다. “두 자녀를 결혼시켜 부모 밑에서 아이를 양육하도록 한다”는 응답은 21.4%이며, “전적으로 딸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한 답변은 10.9%에 불과했다. 20대 딸이 혼전임신을 했을 때에도 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비율은 24.8%에 그쳤다.
이러한 설문결과에 비추어보면,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출산을 했을 때 가족과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비혼모의 양육,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일 아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이에 대해 미국의 안과의사이자 한국입양아의 아버지인 리처드 보아스(60)씨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여성에게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보아스씨는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이번 정책포럼이 열리도록 후원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대표이다.
그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제입양을 한 양부모로서 한동안 국제입양을 돕는 기금활동을 해오다가, 몇 년 전 한국방문 후부터 입양대신 “한국의 미혼모와 그 자녀의 양육”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바로 한국사회의 국제입양의 역사와 그 속에 희생된 여성과 아동의 인권문제를 관통하고 있다. 다음은 라처드 보아스씨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양부모로서, 국제입양을 지원하던 보아스씨가 한국의 비혼모들을 지원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달라.
“22년 전쯤, 셋째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서 한국인 딸을 입양했다. 딸의 이름은 에스더이고, 지금 21살의 낙천적인 여성으로 잘 컸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과 미국 사이엔 오랫동안 발전시켜온 입양의 역사가 있다. 입양 당시, 굉장히 옳은 일을 한다고 느꼈다. 그 후로 입양을 원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주위 다른 입양부모들과 함께 재단을 설립해 15가정의 입양을 도왔다.
그러나 2006년 10월 에스더의 모국인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았다. 너무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대구에 있는 미혼모생활시설에서 18~24살 되는 열두 명의 임산부를 만났는데, 아이를 낳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입양동의서에 다 서명한 상태였다. 그녀들은 굉장히 불편해 보였고, 방문객들 앞에서 부끄러워했다.
에스더의 생모도 그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그녀도 나처럼 에스더를 사랑했을 텐데, 모든 상황이 입양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의사이자 양아버지로서, 한국의 미혼모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국제입양을 돕는 일을 그만두고 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비혼모 실태 중 가장 특징적이라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
“한국의 미혼모생활시설을 방문하고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왜 이 여성들은 아이를 포기하는가. 내가 보기엔 키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왜 가족들과 연결되지 못한 채 이곳에 있을까. 한국은 잘사는 나라이고 민주주의 국가인데, 왜 여성에겐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한국사람들은 미혼모가 아이를 가지면 당연히 입양으로 연결시키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편견의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미혼모의 2%만이 아이를 포기한다는 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유럽국가들 중에선 더 환경이 좋은 곳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가족들부터 (양육을) 반대한다. 내 딸이 결혼하기 전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부모가 용납하지 않는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도록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입양이 더 좋고 양육이 더 좋고를 떠나서, 여성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미혼모 가정도 다른 사회구성원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한국이 나름의 문화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아시아인이 서양국가에 입양되었을 때 정체성 혼란을 심각하게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입양되지 않았을 경우, 보살핌이나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을 수도 있다. 해외입양을 둘러싼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국제입양의) 딜레마다. 어느 쪽이 삶이 더 행복하고 불행한가에 대해 단정할 순 없다고 본다. 만약 입양된 아이가 사는 지역에 다른 입양인들도 많이 있다면 조금 수월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무척 힘들 것이다. 인종차별 문제도, 딸 에스더를 보며 나 역시 조금 걱정되는 면이 있다. 정작 이러한 문제가 한국에서는 별로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국제입양의 딜레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논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미혼모의 존재를 가시화시켜 드러내는 일을 한다. 많은 경우 양부모들은 생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매해 큰 규모의 입양컨퍼런스가 열리는데, 나는 양부모로서 참석해 자녀가 출생한 국가의 미혼모 문제를 알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미혼모시설과 여성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해오고 있다. 미혼모에 대한 통계나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비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정부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자신과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상담이 제공되어야 한다. 십대엄마인 경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업훈련을 통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혼모자 가정을 위해 의료지원과 주거지원도 필요하며, 양육도우미 제도 등을 활성화하여 자립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조이여울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는 어떤 곳?
(※ 통역 지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신윤경)
[ ] 입양 활성화 이면…아이 포기하는 비혼모 / 조이여울 | 2008/10/23/ |
[ ] 비혼모의 인권은 어디에… / 윤정은 | 2006/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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