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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뿌리깊은 성차별을 돌아보며

필자는 유치원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작년까지 교회에서 교육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근 20여 년 동안 교회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어머니가 결혼 전부터 교회를 다니셨으니, 소위 기독교에서 말하는 모태신앙이라 할 수 있다. 그 얘기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성차별’을 보고, 듣고, 배워왔다는 뜻이다.

하나님 ‘아버지’와 그의 ‘외아들’ 독생자 예수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이 남자를 먼저 창조하시고 그의 갈비뼈를 하나 떼어 여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일부분이다", "여자의 머리는 남자"에 이르기까지…. 성경에 나오는 구절들 중에 '성차별적인 문구'들도 많고, 그 문구들을 더욱 성차별적으로 해석해 전달하는 성직자들도 많다.
 
성직자들의 권위는 그야말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발언이 신도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겪기로, 교회에서 '성차별'은 그 자체로 진리였고 절대적인 명제였다. 또한 교회의 모든 구조들이 여성에게 차별적이었다.

신학대학,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1995년 필자가 신학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장로교(통합)에서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었다. 학생회 활동을 하던 시절 선배들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교계에서 여성목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는 성경구절 때문이라고 했다.

이듬해, 드디어 장로교(통합)에서도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있는 여성 안수제도가 통과됐다. 그러나 여성목사 안수제도가 통과됐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 목사 고시에 통과해도 교회에서 여성목사를 불러주지 않으니, 목사가 되고 싶었던 여성들은 신학대학을 나오고도 전도사의 역할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교회에선 그나마 목사를 ‘보조하는’ 전도사의 역할은 여자를 선호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신학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했던,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동기생인 남편을 위해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내조에 힘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뿐 아니라, 기도탑에서 기도하던 여성이 신학과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자퇴할 수 밖에 없었던 사건도 있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남자 선배들에게 불려가 혼이 난 사건하며, 경악스러운 성차별이 신학대학 내에 만연해 있었다.

특히 필자가 다니던 기독교 교육과는 그나마 남성 대 여성 비율이 반반이었지만, 신학과는 50명 중 2-5명밖에 여성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과에서 살아 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고통은 더더욱 처절했을 것이다. 신학과에서 한 번 수련회를 가게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몇 명은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고, 그러한 놀이(?)를 하는 것에 대해 남성들은 자랑스러워했으니 말이다. 똑똑하다 싶은 여성에게 집단적으로 "우~"하는 야유를 보내곤 했고, 때론 그녀들을 "~군"으로 부르며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교회의 성역할, 남성 장로와 여성 권사

필자가 전도사로 나간 교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교회 신도들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여성 권사들(평신도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지만 교회의 결정 구조엔 참여할 수 없다)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의 부엌에서 뜨거운 김을 쐬며, 한여름에도 천 여 명이나 되는 이들의 식사를 담당하곤 했다.

어느 여름날, 드디어 그녀들이 파업을 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열악한 주방 시설 속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자 장로들(장로교 교회에서 최고의 의사 결정을 가진 이들)은 교회의 제일 좋은 장소에 ‘당회실’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에어콘을 쐬며 쇼파에 앉아 있을 때, 여성 권사들은 봉사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위해 밥을 지어왔던 것이다.

그녀들이 밥짓기를 거부하고 파업을 하자, 한 달여 후에 부엌 공사가 시작되었다. 부엌 시설 중 몇 가지가 고쳐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녀들이 갈 곳은 부엌뿐이었고 결과적으로 좀 더 나아진 부엌에서 다시 그네들을 위해 밥을 짓게 된 것이다.

이런 식의 행정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목사도 남성이고, 30여 명이나 되는 장로들 중 여성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으니까…. 교회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여성 권사 한 분이 장로를 뽑는 투표에서 떨어졌을 때(여성 장로제도가 통과된 이후였다), "목사님이 여자도 장로가 될 수 있다는 한 마디만 해 줬어도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셨던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광경이다.

종교가 기득권의 편에서 차별을 조장한다면

2003년 예장합동 총회장인 임태득 목사가 총신대 학생들에게 한 발언-“우리 교단에서 여목사는 아직 어림도 없어. 여자 장로도 안돼.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돼.”-은 필자에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발언에도 담담한 나의 반응이 당혹스러울 뿐이다. 많은 기간 교회에서 자라왔기에 ‘기저귀’ 운운하는 여성비하 발언에도 충격을 받지 않는, 굳어진 내 감수성에 놀랐다.

교회에는 여성이 설 곳이 없다. 교회는 여성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교회는 남성들이 전유했고 그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의 모습들을 보면, 하나님은 남성만의 대변인이었고 옹호자고, 예수님은 남성들만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서 죽임을 당하신 것 같다. 적어도 더 이상 약한 자의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세상에 오셨다던 예수님은 정작 이 땅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기독교가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인들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어떤 이들은 필자에게 기독교인으로서의 운동을 펼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기독교가 이런 상태로 이 땅에 존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더욱 차별 받고 억압을 당한다면, 종교가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면, 기독교는 더 이상 이 땅 위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는 달라져야 한다

기독교 초기정신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보자. 임태득 목사는 “그것(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보수고, 그것이 정체성”이라고 했지만, 기독교의 초기정신은 보수가 아니라 진보였고 혁명이었다. 또한 여성비하, 여성혐오가 아니라 평등이었다. 지금 기독교가 ‘보수’적이라면, 그리고 ‘성차별’적이라면, 그것은 곧 기독교의 정신을 잃었다는 것(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성경은 인간에 의해 쓰여졌기에 인간의 가치관과 그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따라서 역사와 시대에 맞게 재해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예수는 매우 급진적인 말씀과 행동을 전하는 존재였고, 대부분 종교의 시작이 그랬듯이 기독교 역시 평등과 사랑이라는 가치를 전파했다. 그런데 21세기가 된 지금에 와서, 성경 문구 하나 하나를 역사적,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무시한 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기독교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사람들의 영혼에 ‘약’이 되기는커녕 ‘독’이 될 것이다.

여자를 인간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시대에서, 이스라엘의 지도자(사사)로 여자인 드보라를 택하신 이도 하나님이었고,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자는 남성들과 율법에 반하여 그녀를 용서하라 한 이도 예수라는 것, 예수를 낳았고(그것도 남성의 정자 없이) 예수가 죽임 당할 것을 알고 애도하며, 그 귀한 향유를 머리 위에 부어 칭찬을 받은 이가 여성이라는 것, 예수의 부활을 맨 먼저 목격하여 알린 이들 역시 여성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우리에게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국 기독교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 교회엔 ‘개혁’이 필요하다. 교회가 평등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이 오늘날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현재 한국 기독교가 봉착한 문제들-성차별주의 외에도 기독교상업주의와 목회자 세습 문제, 힘(미국) 숭배와 기복주의 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교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장현정일다는 어떤 곳?


[종교] 한국여성신학 “희망을 찾고 싶다”
 / 이허린
2004/03/21/
[종교] 교회개혁, 동성애 차별도 시정하자 / 조이여울 20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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