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예순의 여성이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
인간이 가진 이성, 감성, 감각으로 얻어내고 발견하는 새로운 지식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었던 한 요리사가 있었다. 때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다.
‘지구가 둥글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자연현상을 발견하고도 막강한 교회권력이 두려워 입을 조심해야 했고, 기존 권력과 새로운 지식과의 충돌이 일어날 때였다. 종교권력이 통치하던 그 시대는 진실과 진리가 무엇인지 갈구하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가혹한 형벌이 따르는 암흑 같은 시대였다.
“인간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인간이 쉽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건 자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야. 교회가 사람들을 양떼라고 부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루치아노, 넌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암흑기에 창조의 불꽃을 밝히다
루치아노, 어렸을 적에 거리에 버려져 거칠게 자란 아이를 데려와 요리사로 키우는 선생이 있었다. 베네치아 총독의 전속 요리사로 일하는 페레로 주방장. 주방장은 제자에게 요리를 통해 세상 만물의 이치와 인간 본성에 대해 가르친다. 그리고 “요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주방장이 믿는 것처럼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음식은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가 쓰는 재료는 당시에 보기 힘든 향신료와 허브, 신세계에서 들어온 야채들이었다. 또 각종 허브와 러브애플(토마토의 고어)과 감자 고구마 등을 직접 뒤뜰에 가꾸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신선한 야채들을 두고도 “독이 있다”고 믿어 채소밭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바뀌는 걸 아주 싫어하지. 하지만 날 믿으렴. 이 세상에는 교리 말고도 알아야 할 게 아주 많단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으로 새로운 요리를 창안하고, 요리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간악한 일을 꾸미는 총독의 마음을 풀어 무고한 사람들이 받을 화를 잠재우는 등의 요리사로서 엄혹한 시대에 맞선다. 그러나 요리사에 불과한 그에게도 총독과 교회권력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의 그늘이 점차 조여온다.
어느 시대든 궁전 안에서 부와 권력에 눈먼 자들이 벌이는 싸움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곧 간악한 권력은 궁전의 담장을 넘어 그들의 통치 하에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어두운 권력의 힘을 미친다. 궁전 내 밀실에서 만들어진 그릇된 정책과 법은,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군대와 경찰력으로 변해 곧 온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총독과 교회권력은 각기 자신들의 병력을 풀어 책 한 권을 찾기 시작하는데, 각기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그 책이 필요했다. 교회권력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을 뒤흔들만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책을 찾기 시작했고, 총독은 교회를 부정하는 엄청난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 권력자들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을 쉽게 드러내진 않는다.
후세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진리의 수호자’
그 책은 누구에게는 ‘사랑의 몰약’을 만드는 비법으로, 어떤 누구에게는 ‘금을 만드는 기술’로, 누구에게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불멸의 약’ 등 진기한 레시피가 들어 있는 책으로 무성한 소문이 나돌았다. ‘비밀의 책’을 찾기 위해 권력자들은 눈이 멀었고,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사례금도 미끼로 던졌으니, 새로운 지식과 비법으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도 차츰 주변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는다.
“그 책에는 또 어떤 내용이 있나요?”
“과학, 미술, 철학, 역사, 축산…. 요리에 대한 것도 조금 있단다.”
페레로 주방장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도 필요한 내용과 지식들을 담고 있을 뿐인 책. 그러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의 기반이 무너질까 그 책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라는 선생이 있었는데, 지식은 선의 원천이고 무지함은 악의 원천이라는 말을 남겼단다. 사람들은 결국 소크라테스도 죽이고 말았지.”
그랬다. 페레로 주방장은 당시 권력이 허용하지 않았던 지식과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진리의 수호자’였다.
<비밀의 요리책>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를 바탕으로, 권력과 인류를 진보를 위한 사람들의 투쟁을 요리하고 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입해보더라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에 따라서 이 책은 달고, 씁쓸하고, 시고, 담백하고, 짭짤하고, 황홀하고, 신비로운 맛을 제 각기 맛보게 되리라.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할 때…
한 번 집어들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책은 작가의 탁월한 내공과 기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 엘르 뉴마크의 이력 또한 소설이다. 이혼녀이자 싱글맘인 그녀는 극장에서 팝콘 파는 점원, 식료품점 계산원, 베이비시터, 보석 가게 점원, 카피라이터,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등 평생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예순의 나이에 첫 작품 <비밀의 요리책>을 내놨다.
인터뷰에서 작가 엘르 뉴마크는 이 책의 바탕이 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시다시피 중세 때는 교회와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암흑기에는 창조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지킬 사람이 있어야 했어요. 누군가 인류의 지적 자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어야, 때가 왔을 때 인류가 그런 지식의 토대 위에 뭔가를 세울 수 있겠죠. 미스터리에 휩싸인 ‘그 책’은 세상의 빛을 볼 때를 기다리는, 인류의 축적된 지식일 뿐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 시대를 두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들 한다. 계속 이렇게 후퇴한다면 작가가 말한 “교회와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하는 중세 때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입 속이 씁쓸하다. 윤정은▣ 일다는 어떤 곳?
인간이 가진 이성, 감성, 감각으로 얻어내고 발견하는 새로운 지식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었던 한 요리사가 있었다. 때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다.
‘지구가 둥글고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자연현상을 발견하고도 막강한 교회권력이 두려워 입을 조심해야 했고, 기존 권력과 새로운 지식과의 충돌이 일어날 때였다. 종교권력이 통치하던 그 시대는 진실과 진리가 무엇인지 갈구하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가혹한 형벌이 따르는 암흑 같은 시대였다.
“인간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인간이 쉽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건 자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야. 교회가 사람들을 양떼라고 부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루치아노, 넌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암흑기에 창조의 불꽃을 밝히다
루치아노, 어렸을 적에 거리에 버려져 거칠게 자란 아이를 데려와 요리사로 키우는 선생이 있었다. 베네치아 총독의 전속 요리사로 일하는 페레로 주방장. 주방장은 제자에게 요리를 통해 세상 만물의 이치와 인간 본성에 대해 가르친다. 그리고 “요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주방장이 믿는 것처럼 페레로 주방장이 만든 음식은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가 쓰는 재료는 당시에 보기 힘든 향신료와 허브, 신세계에서 들어온 야채들이었다. 또 각종 허브와 러브애플(토마토의 고어)과 감자 고구마 등을 직접 뒤뜰에 가꾸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신선한 야채들을 두고도 “독이 있다”고 믿어 채소밭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바뀌는 걸 아주 싫어하지. 하지만 날 믿으렴. 이 세상에는 교리 말고도 알아야 할 게 아주 많단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으로 새로운 요리를 창안하고, 요리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간악한 일을 꾸미는 총독의 마음을 풀어 무고한 사람들이 받을 화를 잠재우는 등의 요리사로서 엄혹한 시대에 맞선다. 그러나 요리사에 불과한 그에게도 총독과 교회권력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의 그늘이 점차 조여온다.
어느 시대든 궁전 안에서 부와 권력에 눈먼 자들이 벌이는 싸움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곧 간악한 권력은 궁전의 담장을 넘어 그들의 통치 하에 있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어두운 권력의 힘을 미친다. 궁전 내 밀실에서 만들어진 그릇된 정책과 법은,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군대와 경찰력으로 변해 곧 온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총독과 교회권력은 각기 자신들의 병력을 풀어 책 한 권을 찾기 시작하는데, 각기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그 책이 필요했다. 교회권력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을 뒤흔들만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책을 찾기 시작했고, 총독은 교회를 부정하는 엄청난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 권력자들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을 쉽게 드러내진 않는다.
후세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진리의 수호자’
그 책은 누구에게는 ‘사랑의 몰약’을 만드는 비법으로, 어떤 누구에게는 ‘금을 만드는 기술’로, 누구에게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불멸의 약’ 등 진기한 레시피가 들어 있는 책으로 무성한 소문이 나돌았다. ‘비밀의 책’을 찾기 위해 권력자들은 눈이 멀었고,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사례금도 미끼로 던졌으니, 새로운 지식과 비법으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도 차츰 주변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는다.
“그 책에는 또 어떤 내용이 있나요?”
“과학, 미술, 철학, 역사, 축산…. 요리에 대한 것도 조금 있단다.”
페레로 주방장은 그 책을 가지고 있었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도 필요한 내용과 지식들을 담고 있을 뿐인 책. 그러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의 기반이 무너질까 그 책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라는 선생이 있었는데, 지식은 선의 원천이고 무지함은 악의 원천이라는 말을 남겼단다. 사람들은 결국 소크라테스도 죽이고 말았지.”
그랬다. 페레로 주방장은 당시 권력이 허용하지 않았던 지식과 정보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진리의 수호자’였다.
<비밀의 요리책>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를 바탕으로, 권력과 인류를 진보를 위한 사람들의 투쟁을 요리하고 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이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입해보더라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을 집어 든 사람들에 따라서 이 책은 달고, 씁쓸하고, 시고, 담백하고, 짭짤하고, 황홀하고, 신비로운 맛을 제 각기 맛보게 되리라.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할 때…
한 번 집어들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 책은 작가의 탁월한 내공과 기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 엘르 뉴마크의 이력 또한 소설이다. 이혼녀이자 싱글맘인 그녀는 극장에서 팝콘 파는 점원, 식료품점 계산원, 베이비시터, 보석 가게 점원, 카피라이터,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등 평생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예순의 나이에 첫 작품 <비밀의 요리책>을 내놨다.
인터뷰에서 작가 엘르 뉴마크는 이 책의 바탕이 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시다시피 중세 때는 교회와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암흑기에는 창조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지킬 사람이 있어야 했어요. 누군가 인류의 지적 자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어야, 때가 왔을 때 인류가 그런 지식의 토대 위에 뭔가를 세울 수 있겠죠. 미스터리에 휩싸인 ‘그 책’은 세상의 빛을 볼 때를 기다리는, 인류의 축적된 지식일 뿐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 시대를 두고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들 한다. 계속 이렇게 후퇴한다면 작가가 말한 “교회와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하는 중세 때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입 속이 씁쓸하다. 윤정은▣ 일다는 어떤 곳?
'문화감성 충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덕담과 불편한 포옹을 하는 그곳 (1) | 2009.03.17 |
---|---|
소울메이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1) | 2009.03.12 |
권위에 억눌린 여성들의 욕망과 애증 (1) | 2009.03.07 |
세상이 붙여준 이름으로부터의 탈출: 두 개의 음악법 (4) | 2009.02.28 |
더 이상 관객도, 구경꾼도 아니다 (11) | 2009.02.27 |
금지된 소설을 읽다…문학으로 저항하기 (1) | 2009.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