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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장 주네의 희곡 <하녀들> 
 
장 주네의 희곡 <하녀들>은 소외된 여성들의 매혹적인 전복을 그리고 있다. 두 하녀 끌레르와 쏠랑주는 자매로, 자신들을 지배하는 마담을 미워하고 질시한다. 두 하녀의 소원은 마담을 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패하고 만다. 지배계급인 마담의 권위에 저도 모르게 억눌려,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희곡은 소외된 자들의 욕망을 열정적으로, 한편으로는 권위에 억눌리는 것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 외에 등장인물이 세 명이며, 세 명 사이의 심리적 긴장감을 연출가들이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다수 공연된 바 있다.

<하녀들>은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파팽 자매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1933년 2월,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도시 르망에서 파팽 자매는 주인 모녀의 눈알을 뽑은 뒤 난도질해서 죽였다. 이들 자매가 주인 모녀의 시체를 극히 잔인하게 처리했다는 점, 살해를 끝내고 난 후 범행을 은폐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순순히 경찰에 잡혔다는 점, 두 자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점 때문에 이 살인사건은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네는 실제 사건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하녀들>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하녀들>은 두 하녀가 지배계급에 해당되는 마담이라는 존재에 대해 품은 모순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하녀가 마담에 대한 미움과 질시를 드러내는 방식은 매우 흥미롭다. <하녀들>의 전반부는 끌레르와 쏠랑주의 마담과 하녀 역할극으로 구성된다. 마담이 없는 사이, 동생인 끌레르는 마담을 연기하고, 언니인 쏠랑주는 자신의 원래 모습 그대로 하녀 역을 연기한다.

마담이 된 끌레르는 언니 쏠랑주를 마음껏 무시하며 오만하게 군다. “너한테선 짐승의 냄새가 난다”, “하녀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덕분이야”, “난 아름다워” 등의 대사를 외치는 끌레르를 통해, 끌레르가 마담의 오만함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언니 쏠랑주는 마담 역의 끌레르를 향해 “전 마담을 증오해요”, “언제까지나 행복할 줄 아세요? 천당까지라도 좇아가서 복수할 거예요” 등의 대사를 말하며, 마담에 대한 증오를 확연히 드러낸다. 이 연극은 하녀 역의 쏠랑주가 마담 역의 끌레르의 목을 조르기 직전에서 끝난다. 이처럼 하녀들은 현실에선 실행할 수 없는 불가능한 욕망을 연극을 통해 재현하는 것이다.

연희단거리패의 2009년 공연

연극의 후반부에는 실제로 마담이 등장한다. 하녀들이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한 까닭에, 마담의 남편은 감옥에 있으며 마담은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있다. 하녀들은 괴로워하는 마담에게 수면제를 넣은 차를 먹여 죽이려고 하며, 마담은 하녀들의 반발을 조금씩 눈치 채기 시작한다. 하녀와 마담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끌레르는 마담에게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마담이 되고 싶어했던 끌레르가 마담의 권위에 짓눌리고 만 것이다.

이들은 마담이 떠난 후 다시 마담과 하녀 역할극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담 역의 끌레르가 스스로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시고 자살한다. 그러나 끌레르와 쏠랑주에게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마담을 살해하는 의식이었다. 자살을 통해 마담을 죽이고 싶었던 욕망이 실현된 셈이다.

끌레르: 언니, 우리 두 사람은 영원한 한 쌍, 죄인과 성인의 한 쌍이 되는 거야. 우린 구원받을 거야. 언니, 틀림없이 구원받을 거야.

끌레르와 쏠랑주는 공범이라는 점에서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은 하녀라는 자신의 위치를 견디기 어렵다. 서로가 일종의 거울처럼 보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미워한다.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와 역할극은 소외의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구원을 향해 올라가기를 원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한편 <하녀들>의 공연에 장 주네는 하녀들 역할을 남자 배우들이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아마도 동성애자였던 장 주네가 남성 동성애자들의 소외를, 소외된 여성들의 모습에 투영시키고자 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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