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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청소노동자의 비명…‘직접고용’ 해결해야
공공부문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의 실태 드러나
성추행과 부당노동 행위, 노조 탄압 실태를 드러낸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8월 26일 전면 파업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지앤지(G&G)라는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있다. 원청인 한국공항공사에서 용역업체를 끼고 ‘간접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감시, 통제, 성희롱 참고참다…노조 결성한 여성들
대부분이 50~60대인 여성노동자 140명이 김포공항의 국내선, 국제선, 화물청사, 공항공사, 지역본부의 청소를 도맡아 해왔다. “하루 일을 마치면 온 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고된 노동은 약과였다. 일하다가 물마시면 시말서(업무 과실 등에 대한 사유를 기재한 문서), 동료와 커피 한잔 마시면 시말서, 이렇게 시말서가 세 번이면 해고였다.
지독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성희롱과 폭언 등 인격모독에 시달리면서도 잘리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아왔던 세월이 길어서였을까. 노동조합(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이 생기고 단 열흘 만에 1백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 12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부 지회장이 삭발식을 한 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읽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제공
노조를 만들고 나서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로부터 매달 떼어먹혔던 상여금 5%를 받아냈다.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차지하고 성추행, 성희롱, 폭언을 일삼으며 여성노동자들을 괴롭혔던 관리자를 퇴출시켰다. 또,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야 ‘연차’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규정에는 연차를 15일 쓸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 전까지는 연차를 쓸 때 내가 8만원을 직접 주고 대체인력을 구해서 현장에 투입해야 했어요. 회사는 그것마저도 월 1회로 제한했어요.”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장)
용역업체에 떠밀지 말고, 한국공항공사가 직접 나서야
현재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을 준수할 것과, 성추행을 방조하고 여성노동자들에게 접대를 강요한 업체 소장을 퇴출시킬 것, 그리고 한국공항공사의 낙하산 인사 중단 등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안건을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8차까지 이어진 용역업체와의 교섭이 결렬되었고, 지난 12일 세 시간 경고 파업을 했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바가 없다. 이들은 원청인 한국공항공사가 직접 나서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 원가설계서라는 걸 보게 됐어요. 공항공사에서는 용역업체에 상여금 400%를 지급하고 있는데, 우리는 상여금 180%로 근로계약을 했거든요. 220%를 용역업체에서 다 떼어먹은 게 아니었어요. 연장수당, 휴일수당 등을 줘야 하는데 공항공사에서 책정을 안 해서 그 220%로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던 겁니다.” (손경희 지회장)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공감을 얻자,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22일 보도 자료를 배포해 “김포공항 미화원 분규에 대하여 (…) 공사 사장이 직접 현장 근무자들의 고충을 듣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장과의 간담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그것도 현장 근무자들이 아닌 용역업체 측에만 전달해 “노동자들과 대화하려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직접고용’ 요구는 무리한 게 아니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와 같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중앙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청소, 경비, 시설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파견업체나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다. 원청과 용역업체가 1년~3년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그때마다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시달린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다행히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은 승계되어 왔다. 그러나 용역업체와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는 신분인데다가,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30년을 일해도 임금이 제자리인 이유다.
▶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 손경희 지회장(우)과 정진희 사무국장(좌)을 만났다. ⓒ일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용역업체를 낀 ‘간접고용’ 방식의 전형적인 문제가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을 결정할 ‘권한’은 원청인 한국공항공사 측에 있는데, ‘책임’은 이들을 채용한 용역업체에 떠넘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권리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임금부터 노동 조건까지 용역업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권한이 원청에 있고 용역업체는 중간에 껴 있을 뿐이에요. 결국은 한국공항공사가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해야 합니다.”
손경희 지회장도 “직접고용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용역업체 사장은 현장에 나와 보지도 않아요. 낙하산으로 (한국공항공사에서) 날아온 현장 대리인이 다 관리하고 있어요. 공사와 용역업체 간 원가설계서를 보면 용역업체의 순이익이 3억4천에 변동비가 1억6천이거든요. 용역회사는 앉아서 5억을 버는 건데, 그 돈이면 충분히 한국공항공사가 우리를 직접 고용할 수 있지 않나요?”
‘공공부문 간접고용’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
IMF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에서는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를 나누고,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해서 용역업체에 맡기는 방식의 ‘간접고용’으로 인력 비용을 절감해 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핵심 업무, 비핵심 업무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제멋대로”라며 이렇게 반문했다.
“당장 우리 집 화장실 변기가 역류해서 온 집안에 똥물이 흘러넘친다고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의 청결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누구 마음대로 청소를 비핵심 업무로 규정합니까?”
정부는 2013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일부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직접고용’되어 있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이 대상이다. 용역업체의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은 그림의 떡이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2월 공공부문의 기간제 노동자 1만5천262명을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는 2012년 11만641명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11만3천890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나서서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켜라”라고 권고했으나, 현재까지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 적용’도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지침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시중 노임단가 시급 8천200원, 상여금 400%를 지급할 것’을 담고 있다. 하지만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6천30원인 최저임금에 상여금 175%만 받아왔다. 정부 산하기관들조차 버젓이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정부 산하기관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
여성, 노동, 시민사회 단체들은 오는 24일 12시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김포공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한국공항공사 측에 원청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고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근절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나랑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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