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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말라”
귀환사업에 내몰린 파키스탄 거주 아프간 난민들의 목소리 
 
여성주의 저널 <일다>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 실린 7월 15일자 기사입니다. 필자 기요스에 아이사 씨는 일본 무로란공업대학 교수이자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입니다. -> www.ildaro.com
 
2001년 미국 911테러 후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있은 지 11년이 흘렀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많은 경제지원이 이루어졌음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지금도 진행 중인 다국적군의 탈레반 소탕작전의 영향으로 고향을 떠난 난민도 많다.
 
인접국인 파키스탄에서 생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올 5월, 일본의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협회(RAWA)와 연대하는 모임’이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와 인접한 라왈핀디를 방문했다. RAWA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여성과 어린이를 지원하는 단체이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조사는 실질적으로는 닷새간 이루어졌다. 이슬라마바드 남부의 1-11 난민캠프와 RAWA가 라왈핀디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프간 어린이를 위한 헤워드 고등학교(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대상), 그리고  와탄 고아원 등을 방문할 수 있었다.
 
유엔이 추진하는 아프간 난민 귀환사업의 모순

▲오염된 물이 섞여 흐르는 1-11 난민캠프 급수펌프에서 물을 푸는 어린이들.  ⓒ페민 / 촬영-기요스에 아이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현재 170만 명이나 되는 아프간 난민이 살고 있다. 국경을 넘은 후 줄곧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가족도 있는가 하면, 얼마 되지 않는 수중의 돈을 털어 캠프를 나와 파키스탄인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 살고 있는 가족도 있다.
 
2011년 11월 탈레반 정권의 붕괴 이후, UNHCR은 본국으로의 귀환이 난민문제의 최종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양 귀환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양 정부의 협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정세가 ‘개선’되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어 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더 이상 난민의 체류를 바라지 않는 파키스탄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UNHCR은 ‘자발적’인 귀환을 독려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다.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폐쇄된 캠프도 있으며, 해외 지원기관도 파키스탄 난민 캠프의 난민지원보다 아프가니스탄 복구지원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형식상으로는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귀환을 택할 수밖에 없는 난민이 적지 않다.
 
파키스탄군이 국경지대에서 펼치고 있는 군사작전에 의해 피난민이 된 파키스탄인과 아프간 난민이 함께 살고 있는 1-11 캠프에서도 2년 전, 아프간 난민 추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쫓겨난 난민들은 갈 곳이 없어 결국 같은 캠프 내의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환한 난민 중에는 고향에서 집이나 일을 찾지 못해 카불 등 도시의 피난민으로 유입된 가족도 있다. 혹은 다시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자발적’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귀환사업은 난민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귀환을 희망하지 않는 난민들
 
1-11 캠프에서 이야기를 나눈 난민 중 다수는 “치안이 불안정한 데다 일을 찾을 가망도 없고 소유했던 땅이 남아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아프간으로의 귀환을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루 보수가 100루피에서 300루피(한화 1200원에서 3600원) 정도의 저임금이긴 하지만, 적어도 파키스탄에서는 시장에서 야채를 운반하는 등의 일을 찾을 수 있다. 어느 난민 남성은 “(난민캠프)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여기의 생활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캠프는 파키스탄의 빈민가와 마찬가지로 상하수도나 전기도 정비되어있지 않아 아이들이 설사나 간염 등의 전염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을 교육 받게 할 만큼의 수입도 없다. 그런데도 고향보다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난민들은 귀환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귀환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파키스탄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이제와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귀환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난민들은 고향대신 타향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난민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야하지 않을까. 귀환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주권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귀환을 바라는 난민에게는 충분한 지원책을 실시하는 것이야말로 UNHCR나 난민수용국이 취해야 할 대책이라 생각된다.
 
헤워드 고교에서 만난 아프간 여성의 소망

▲ 헤워드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아프간 난민의 아이들. 중학교 2학년까지는 여학생, 남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한다. ⓒ 페민/ 촬영-기요스에 아이사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협회(RAWA)가 운영하고 있는 헤워드 고등학교 레하나 교장의 소개로 만난 한 아프간 난민 여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카불 출신의 파히마는 탈레반 정권 시절에 약물중독자인 남편을 두고 여섯 명의 자녀들과 국경을 넘은 이래, 라왈핀디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와 결혼한 후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다른 여성과 결혼한 남편(아프가니스탄은 일부다처제를 인정하는 국가이다)은 이따금 그녀나 아이들을 보러 파키스탄으로 찾아온다. 그 때문에 아이가 두 명 늘었지만, 무슨 일이건 오래 하는 법이 없는 남편이 재정지원을 해줄 리가 없다. 지금까지 줄곧 파히마가 가정부 일을 하면서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해왔다.
 
파히마는 경제적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아이들을 헤워드 고등학교에 다니게 했다. 지금은 여섯 자녀 중 5명이 학교에 다닌다. 그녀에게는 바람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파히마 자신 또한 ‘교육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과 육아로 분주한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글자 익히기 반에 나가기도 어려웠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꼭 다니고 싶다고 한다. 또한 파히마는 다음에 남편을 만나면 이혼얘기를 꺼낼 생각이다.
 
헤워드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그녀의 바람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장이 당신을 내게 소개한 이유는 그저 어려웠던 이야기를 듣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고통스런 상황에 있어도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고 스스로 교육을 받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을 버리지 않은 당신의 강인함을 아프간 여성의 자랑으로서 소개한 것이었다”고.
 
그녀는 아마 앞으로도 파키스탄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언젠가 올 수 있기를 바란다.  (기요스에 아이사 작성, 고주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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