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 조항이 실효를 상실하며 폐지된 지 벌써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특히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임신중지의 낙인은 사라지고 있는걸까?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건지 궁금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에서 최근 발표한 를 보면,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이 임신중지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낙태죄’가 존속했을 땐 “처벌 위험이 있기에 공소시효를 계산하며 불안”해하기도 하고, “임신중지를 행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낙태죄’ 폐지 운동을 통해 스스로 덜 검열하게 되고, 정서적..
돌: 새로운 땅에 이식되는 타자성 네가 있어 내가 있다. 처음 이 문장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은 케디였다. 늘 팔로산토 향이 나던 머리카락, 그 길이와 키가 거의 동일했던 인도네시아 여자. 자기 어머니의 긴 기도 속에 항상 등장했던 그 문장은 어머니인양 떠올리다가 어머니인양 도리질하게 되는 의미가 되었다고 했다. 케디는 이 모든 말을 영어로 하면서 어머니만 한국어로 발음했다. 내가 물었다.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 “둘이 뭐가 달라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잠깐 멍해졌다. 한국에 온 지 고작 3개월 된 외국인 여성이 단박에 알아들을 만한 예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케디를 글쓰기 수업에 데려온 순심 씨가 끼어들었다. “네가 맨날 보고 싶다고 울잖아. 그 짝에 있는 사람은 엄마. 나는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