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14. 공주라 불리던 아이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www.ildaro.com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 죽어야 했던 아이. 질긴 생명력을 가진 아이. 어릴 적 나는 스스로에 대해 줄곧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으며 성장했다. 어른들은 나를 보며 항상 신기해하셨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시는 듯 놀랍다고들 말하셨다. 맏며느리로서 아들을 낳아야 했던 엄마는 언니 둘을 낳고 내 바로 위로 오빠를 낳았다. 아들을 낳아서 이제 자식을 그만 낳고 싶으셨지만, 아들 하나 더 낳으라는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나를 임신하셨다. 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신한 몸으로도 아버지로부터의 구타와 농사일을 감당해야 ..
오늘은 상담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9. 조금씩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 www.ildaro.com] 꿈을 꾸고 난 뒤 나는 한 여성단체 상담소를 찾아갔다. 그 뒤로 그 단체의 소개로 지금의 상담선생님을 만나, 중간에 가끔 중단하기도 하고 도망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나의 잘못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나에게 있었던 죄의식이나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던 편견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계속되는 불면과 두통은 나아지지 않았고 우울감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원인을 찾았다고 해서 오래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