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나 ‘조안’ 말고, 성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현재진행형 트라우마 치유기 를 읽고 한국 독자들은 책 를 읽으며 저자의 약물중독과 자기 학대 이야기에 흠칫 놀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보고 들어온,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유혹에 굴하지 않고 주님과 공동체의 도움으로 성공했다는 ‘자랑스런 미국 교포’들의 서사와는 다르다. 이 책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살아남은 몸’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으면 좋겠다. 작가 ‘성’이 쓴 에세이집 (미디어일다, 2020) ‘트라우마, 가족, 중독, 몸에 관한 기록’이라는 부재가 드러내듯이, 가족은 성의 트라우마 경험 속에서 가해자 혹은 목격자로 빈번히 등장하고, 진통제가 필요한 몸은 중독으로 이어졌다. 부모는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불가피한 폭력을 겪고 귀가하는 자녀의 치..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내 사랑 ※ 필자 소개: 지아(知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칼럼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영화 (에이슬링 월시 감독, 아일랜드 캐나다, 2016)의 원제가 ‘모드’(Maudie)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치 자극적인 제목의 책 겉표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작 알맹이는 제목과 다른, 그런 책 말이다. 달콤한 로맨스를 연상시키는 ‘내 사랑’이라는 제목은 영화와 도통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사랑’의 발화자는 주인공 모드의 남편 에버렛이 아니었을까? 한편, 역설이라는 생각도 스쳤다. 아내인 모드가 죽은 후 텅 빈 집에서 통곡처럼 중얼거렸을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