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지난 주말부터 기력이 소진되어,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신체의 리듬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니, 활력이 줄어들었다 해서 놀라울 것은 없다. 다만, 몸 상태에 따라 일상을 조절해나가려면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대비해두는 지혜는 필요한 것 같다. 그나마 이렇게 기운이 없고 무기력할 때에조차 책은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여백이 많은 책을 선택하자 물론, 집중력이 떨어져 일하듯 독서하지는 못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설렁설렁 책장을 넘길 뿐이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내용을 잘 기억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보를 구하기 위해 책을 펼쳐 든 것이 아니니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놀이 삼아, 휴식 삼아 책을 읽을 때는 활자를 자유롭게 따라가다 마음..
내일 일을 누가 알겠나? 부처님 오신 날, 만날 사람이 있어 친구와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지난 겨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기다리는 동안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우산을 받쳐들고, 목도리도 동여매고 옷깃도 꽉 여민 채 절 마당을 서성거렸다. 잔뜩 찌푸린 저녁 무렵이었지만, 절 안은 마당 가득 매달려 있는 색색의 연등들로 오히려 봄꽃이 만발한 듯 화사하기만 했다. 그 사람은 월정사의 중심이라는 팔각구층석탑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인사를 건네면서 난 그의 안색부터 살폈다. 다소 지쳐 보였지만, 작년 겨울보다 더 나빠 보이진 않았다. 작년 겨울에 이곳을 떠나면서 올 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과연 살아서 서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벌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