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하는 도시의 집에서 농촌의 자립하는 집으로 귀농 1인가구 비혼여성이 경험한 집의 세계 ▲ 6년째 살고 있는 집. 마당에선 깨가 말라가는 중이다. (길날) 남도의 한 농가에 정착한 지 6년 차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남도의 한 농가다. 5년 전 이른 봄에 남동생과 이곳으로 이주해왔다. 동생과는 20년 넘게 떨어져 지내다 여기로 오면서 같이 농사지으며 살게 된 것인데, 동생이 올봄에 이웃마을로 거처를 옮기게 되어 지금은 따로 살면서 기백 평 규모의 논과 밭만 함께 경작하고 있다. 한편 2년 전부터 한집에서 살아온 반려견이 있는데, 재작년 이른 봄날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온몸에 풀씨를 잔뜩 매단 채 제 발로 이 구석진 집까지 걸어 들어와 ‘식구’가 되어 주었다. 우리 마을을 오가는 군내버스는 하루에..
코로나 위기,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는 ‘돌봄의 사회화’감염병 시대 여성노동…일자리 위기에 돌봄 부담까지 겹쳐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안전하게’라는 말이 일종의 안부인사처럼 되어버렸다. 정부나 언론에서도 안전하게 집에서 지내라는 말을 반복한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타인과 사회적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에 머물라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빠져있는 질문이 있다. ‘누가 그 안전한 집을 담당하고 있는가?’ ‘누구의 노동으로 안전한 집이 담보되고 있는가?’ 가족 구성원이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부터 매 끼니를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까지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건 대부분 엄마/부인/딸로 호명되는 여성이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 받은 일자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