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해고야!”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4번째 해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내 걱정거리는 얇은 양말이었다. 발 시리겠는데. 광화문역을 나와 희뿌연 풍경을 보았을 때도 여전히 신발 걱정. 신발에 눈 들어가면 안 되는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나리는 눈발 사이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로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은 몇 해째 매주 수요일마다 선전전을 하고 있다. 다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어 누가 누군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저 자리가 원래 어둑하긴 하다. 눈에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쪽에서 나를 알아보고 ‘까아~’ 소리 내어 웃는다. 웃음소리로 보아 시그네틱스 노조(분회) 분회장이다. 평소 말끝에..
‘위안부’ 소송…국가면제 법리와 ‘여성’인권의 충돌 1월 8일, 일본국을 피고로 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내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991년 김학순의 증언 이래 약 30년 만에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받았다. 이 글은 이번 판결로 부각된 ‘국가면제’와 ‘여성’인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위안부’ 소송의 판결이 갖는 의미를 다루고자 한다. ▲ 3월에 재개될 ‘위안부’ 소송의 원고 이용수 님과 소송대리인 단장 이상희 변호사의 모습 ‘위안부’ 소송의 역사, 이번 판결의 경과와 배경 1991년 12월, 김학순을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세 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재판을 시작으로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