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여성들의 자리를 기억하며영화 (케이) Feminist Journal ILDA (이언희 연출)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망으로 시작한다. ‘을 중의 을’ 외주 홍보사에서 일하는 지선(엄지원)은 늦은 밤 퇴근해 집에 돌아와서도 딸아이와 눈 맞출 겨를 없이 바쁘다. 지선은 이혼 후 생계와 육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워킹맘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그녀에게 남성들은 “애가 당신이 엄마인 걸 알기나 해?”, “애 엄마랑 일 못 하겠다” 등 편견이 담긴 핀잔을 돌려준다. 그런 지선에게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는 큰 위안이 되는 존재다. 세상이 떠나갈 듯 울어재끼던 다은을 노래 한 소절로 웃게 만들 수 있는 한매는 영화 초반까지는 지선의 생활을 돌보는 사려 깊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 이언희 감독..
‘철들지 않은 남자들’이 나이듦을 논할 때 「화장」의 남자들② Feminist Journal ILDA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우리가 산다는 것, 삶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80세 먹은 노감독이니까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누적된 체험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체험이 내 안에서 발효가 되고 이제 그런 기초적인 것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삶에서 느끼는 것들을 영화에 담아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거지요.” 영화 을 만든 임권택 감독의 말이다. 어차피 지나가버릴 홍역 같은 짝사랑 때문에 긴 시간 함께 해온 부인의 병수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라고 감독은 말을 잇는다. 8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수발의 윤리가 인간의 기초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