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쌍해보이나요? 글을 쓰는 이유 나의 경험이 ‘자극적인 사연’으로 이야기될 때 글을 쓰는 게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나둘 기억을 꺼내다보면, 29년 동안 내가 가해온 폭력과 당했던 폭력이 빈 종이에 가득 찬다. 겪었던 일을 조각조각 모아놓으면 내가 봐도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말 내가 다 겪었던 일인가? 다 공개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말하고 싶은 나와 망설이는 나 사이에서 타협해가며 간신히 글을 추리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염려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겪다니…불쌍하다”, “막장이네”, “글로 쓰는 용기가 대단하다.” 언뜻 달라 보이는 반응 속에는 내가 ‘유별나게 불쌍한 여성’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그런 다양한 ..
여성들의 셀프 디펜스, 수업노트[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세계여성폭력 추방기간 특별수업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십대~오십대 여성들과 함께한 자기방어훈련 2013년 7월 23일에 나는 한국에서 셀프 디펜스(self-defence) 수업을 열었다. 특별행사 같은 형태가 아니라 거의 매일 열리는, 학교수업 같은 수업이다. 지금까지 3년 반 동안 이런 수업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 함께 해온 학생들의 티셔츠에 인쇄된 로고는 이제 희미해져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이 수업들은 내게 소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