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짐을 싸야겠다[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흘러가는 것 더하기 나 자신” ※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마지막 연재입니다. 노래여행에 함께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Feminist Journal ILDA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나에게 물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 기묘나 작가(호랑이출판사) 세면도구는 언제나 여행용 주머니에 들어있다. 언제부터인가 샴푸, 린스, 화장품을 쓰지 않아서 단출하다. 당장에라도 길을 떠날 수 있는 상태로 지낸 지 오래되었다. 기타가 든 가방에는 제법 큰 주머니가 달려있다. 거기에는 ‘이내’ 1집 , 2집 앨범과 내가 쓴 단편들을 모은 손바닥소설책 , 동네 친구들이 만든 독립출판물이 몇 권씩 들어있다. 어디..
섹스 잘하는 수컷으로 인정받고 싶니?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의 허망함 열아홉 살 때였다. ‘남자다운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세 살 연상의 남성스러운 학군단(학생군사교육단)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는 과묵하고, 듬직하고, 자상했다. 화이트데이였다. (찝찝한 첫 경험 이후 화이트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모든 기념일이 싫다.) 어쨌든 그는 화이트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줄 것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유인했다. 알았다. 우리가 섹스하겠구나. 뭘 입고 갈까 고민하다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집에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다. 버섯을 깨끗하게 씻고 칼로 송송 자르는 그의 손이 아름다웠다. 깨끗하고 계획적이고 책임감 있고 남자다운 그가 요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