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13. 짐바브웨 제2의 도시, 불라와요(Bulawayo) 객실 창문 너머로부터 스미는 먼동의 빛살에 잠이 깼다.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이곳에선 매일 새롭다. 놓치기가 아까운 그 햇살이 인식될 때면 늘 몸을 펴고 해바라기를 하게 된다. 창 밖 저 멀리서 해가 오르나 싶더니, 십 분도 되지 않아 붉었던 지평선 부근의 빛이 노랗게 퍼져 올랐다.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아주 오래된 찬송가를 흥얼거렸다. 아침 해가 솟을 때 만물 신선하여라 나도 세상 지날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이른 아침 피어오르는 햇살은 붉고 부드러운 저녁노을과는 다른 정취를 자아냈다. 정말 ‘신선한’ 빛, 간밤의 긴 어둠을 지나온 만물을 신선하게 깨우는 그런 빛이었다. 하루도 소소한 사건 없이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죽음연습 (3) 두더지의 죽음 에 ‘도서관 나들이’, ‘철학하는 일상’을 연재한 이경신님의 새 연재 ‘죽음연습’이 시작됩니다. 이경신님은 의료화된 사회 속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를 탐색하고 있는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과 관련한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밤사이 세찬 비바람으로 잠을 좀 설쳤다. 그렇다고 오전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평소 다니던 대로 도로를 피해서 동네 사이 길을 따라 걸었다. 자동차 소음이 요란스러운 외곽순환도로 위의 다리를 건너면 키 큰 참나무들이 줄 지어선 흙길이 나온다. 지난밤에 내린 비 때문에 땅에는 아직도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었다. 물웅덩이를 피해 풀을 살짝살짝 밟으면서 걷고 있을 때였다. 풀 위에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