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탐폰을 거쳐 생리컵까지[머리 짧은 여자, 조재] 무지여, 안녕 학교에서는 잠 잘 때 생리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생리대의 접착면이 팬티 쪽으로 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대로 붙이면 큰 고통이 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초경이 시작된 열 네 살의 가을.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생리대의 접착면은 팬티에-을 활용해 겨우 오버나이트를 깔아주는 정도로 밤을 보냈다. 하지만 생리혈이 새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피가 샐까 두려워 몸을 목석처럼 꼿꼿이 세워 정자세로 잠을 잤지만, 밤사이 생리혈은 엉덩이를 타고 허리 아래쪽까지 흘러가기 일쑤였다. 밤마다 속옷은 물론이고 이불까지 적시다보니, 한 동안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이불을 깔지 않고 잠을 ..
봄의 할매들 늙은 요정을 만나다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늙음이여, 이토록 천진하게 오라 아침에 냉이 캐러 뒷밭에 나간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땅에 온통 냉이 천지다. 등에 따뜻한 햇살 받으며 흙을 헤쳐 냉이를 캐고 있자니 이상한 포만감이 온다. 아니 충만함이라고 해야 하나. ▶ 밭에 냉이들 꽃을 한껏 피웠다. ⓒ김혜련 집 뒤 쪽 골목 최근에 지어진 고대광실 같은 선방(禪房) 맞은 편, 허름한 옛집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경로당 출근이시다. 늘 이 시간에 이 길로 가신다. 오늘은 유모차 대신 지팡이 짚고 가신다. 직각으로 굽은 허리, 머리엔 분홍빛 마후라 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