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오래뜰’ 고미경 시설장 인터뷰(상)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폭력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쉼터를 소개하고 각 쉼터들이 직면한 고민을 활동가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조망해보는 기사를 월 1회 연재합니다. 필자 '나랑'님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인 ‘열림터’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쉼터 탐방 세 번째는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오래뜰’입니다. 고미경(단아)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쉼터의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나요? 1983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창립되었어요. 그런데 상담하다보니까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집에서 가해자를 피해 도망 나와도 갈 곳이 없는 거예요. 친정에 가면 친정에 찾아와..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8) 릴(Lille)에서 9년만에 만난 미리암과 에릭 부부는 나를 무척 반가워했다. 지금까지 난 그들을 예전에 살았던 집주인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침 프랑스에 왔기에 안부인사나 나눌 요량으로 연락을 한 것인데, 미리암은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워하며, 당장 릴로 자기 가족을 보러 오라고 재촉했다. 미리암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편 에릭조차 나를 오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에는 그저 인사나 나누며 오고갔던 그가 스스럼없이 농담을 해가며 친하게 대하는 데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실제로 사는 동안, 그들이 나를 친구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들의 세입자였고, 한편으로는 돈을 받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