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마을에서 집을 만나다! 대문도 없는 낡은 집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1. 매일 남산마을에 갔다. 마을길을 따라 산책하고 동네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비어있는 집이나 팔려고 내놓은 집이 있는지 물었다. 가끔 ‘염불사’에 가서 아무도 없는 법당 옆의 다실(茶室)에 홀로 앉아도 있었다. 돌조각의 아름다운 보살상 앞에서 그 보살처럼 앉아도 보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맞고 돌아왔다. 마을의 이 골목 저 골목을 거닐며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남의 집 마당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문도 없는 낡은 집을 보았다. 주인을 불러도..
마을, 삶의 ‘물리적 조건’ 어떤 동네를 원해?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집보다 마을이 먼저였다 마을이 괜찮다 싶으면 집이 없고, 집이 괜찮으면 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한동안 겉모습에 마음이 혹(惑)했던 집이 있었다. ‘내남’ 쪽에 있는 낡은 한옥을 개조한 집이었다.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는 수백 년은 됐을 듯 거대했다. 그 아래 평상에서 할머니들이 나물을 다듬으며 한담을 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었다. 집은 주인이 옷을 만드는 장인이라, 아름답게 잘 고쳐놓았다. 낡았지만 고운 자태였다. 그러나 마을 안은 어수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