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이야기①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3]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사사의 점심(點心) _ 해우소 이야기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월세 5만원인 시골집이라서, 마당 한 켠 작은 창고 같은 곳에 옛날 재래식 형태의 화장실이 있다. 하루에 한번은 꼭 큰 볼일을 보면서 제법 오래 있는 편이니, 화장실 환경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오래 (쭈그려 앉아) 있어야 하니까 가능하면 쾌적하면 좋겠다고 여겨 궁리를 하였다. 칙칙한 벽에 일명 ‘빠데’질을 하고 흰색 페인트를 칠한 뒤 깔끔함을 더하기 위해 ‘바니쉬’로 마감까지 했다. 조금 훤해지니 좀 나았다. 청량함을 위해 숯을..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겨울 해는 짧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면 햇살이 도마뱀 꼬리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간다. 그에 따라 마당에 그늘이 번져가고, 그 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사물들이 식어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해가 비치는 곳에 빨랫줄을 걸어놓은 것은, 아마도 이 집을 손수 짓고 삼십 년 넘게 살다 간 전 주인의 솜씨이자 지혜이리라. 그에 감탄하며, 나는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동안 빨래를 걷거나 건조대 위에 놓인 귤껍질 따위를 안으로 들인다. 바싹 마른 것들이 풍기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 아궁이에서 타 들어가는 나무 향처럼, 맵싸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다. 구들방 두 개, 뭘 더 바래? 잠시든 오래든, 시골집에 머물려는 사람 중 온돌방에 환상을 갖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