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OO [머리 짧은 여자, 조재] 한때 크게만 보였던 꼰대 스승에 대하여 휴대폰이 울린다. “관장님” 흠칫 놀라서 전화를 받았다. 번호는 왜 바꿨느냐, 오늘 뭐 하느냐 등등 안부를 물어왔다. 두 달 전, 이상한 연락도 많이 오고 번호도 꽤 오래 써서 겸사겸사 번호를 바꾼 참이었다. 휴대폰에 있던 연락처를 1/5 정도로 줄여, 앞으로 연락을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번호가 바뀌었다고 문자를 보냈었다. 관장에게 바뀐 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어찌 내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한 것이다. 어쨌든 요지는 단증과 관련된 엑셀 파일을 수정해 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예전에 체육관에서 사범으로 일할 때, 협회의 유단자 목록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 놨었다. 아마 손 봐야할 곳이 생긴 모양이었다. 마침 그..
“너는 집회에 데이트 하러 왔니?” 혁명과 섹스① 집회에서 감춰야 하는 여성성 2008년, 열아홉 살이던 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반이었다.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하이힐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갔다. 나에게는 이게 평상복이었고,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광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는 데이트 하러 왔니?” 집회할 때는 하이힐이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안 되는 걸까? 당시에는 ‘촛불소녀’라며 교복 입은 여학생들에 대해 언론과 시민사회 전체가 열광하던 때였다. 치마교복과 미니스커트는 얼마나 달랐던 걸까. 촛불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찬 구호와 대열이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동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나는 이방인 같았다. ‘도서관에 하이힐 신고 오는 여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