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눈으로 본 작년 12월 한국에 출간된 테사 모리스 스즈키 저 (한철호 역, 책과함께)에는 일본어판에는 없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들은 왜 북송선을 타야만 했는가”. 1959년 12월부터 시작되어 총 9만 3천 340 명에 달하는 재일조선인들이 북조선으로 ‘대량 이주’한 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귀국사업’ 혹은 ‘귀환사업’이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북송’이라고 한다. 한국어판에 달린 부제가 재일조선인인 나에게는 ‘그들은 왜 북으로 보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몇 년 전에 한국의 연구서적 번역작업 과정에서 ‘북송’이라는 말을 둘러싸고 고민했던 기억이 선히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귀국’사업 혹은 ‘귀환’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북송’이라는 말을 그대로 北..
“선생님, 이거 진짜 금이에요?” “금은 무슨? 노란 색칠한 플라스틱이야!”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책상 옆에 놓고 수시로 쓰는 황금빛 자동차모양의 연필깎이를 보고 한 학생이 물었다. 나는 손톱으로 톡톡 두드려 보이며, 그저 평범한 연필깎이임을 보여주었다. “와! 근데 꼭 금 같다.” 전혀 금같이 보이지 않은데, 아이들의 눈에는 황금빛만 칠하면 금처럼 보이나 보다. 금으로 만든 거냐는 질문이 처음은 아니다. 연필깎이를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다. 이건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다. 삼십이 막 넘었을 때의 일이니, 십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말까지 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한 햇살 맑은 오전, 따스하게 햇볕이 내려앉던 거실 창 앞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