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마지막 독백 이상경 “인간으로 살고 싶다”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편지자 주 아이야, 너는 나보고 가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 말에 나는 무춤하게 서서, 그렇게 또랑또랑 큰소리로 말하는 너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그 요철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세상이 완연히 굴곡질 터인데, 내 귓가에는 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나보고 ‘바보, 등신 아줌마’라 하였느냐. 네 말이 옳다. 나는 바보요, 등신이다. 이렇게 침을 흘리고 팔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거리며 일어나 움직이는 모습이 네 눈에는 필시 천치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내 몸 껍데기만 주시하여 볼 뿐, 그 아래에서 생동하여 움직이는 영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
매일 호랑이를 만나는 워킹맘의 이야기 그림책 (서선연 글, 오승민 그림. 느림보. 2015)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의 느낌은 조금 색달랐다. 그림책이라면 먼저 상상하게 되는 말랑말랑하거나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네온사인과 빌딩 창문으로 제목을 구성했기 때문인지 현대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제목에는 호랑이가 들어가 있다. 첫 느낌부터 혼재되고 다중적인 의미가 물씬 풍겨온다. 신화에서 현대인의 삶으로 들어온 ‘호랑이’ ▲ 서선연 글, 오승민 그림 유독 우리의 옛이야기 속에는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점에서는 호랑이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도 없을 텐데, 막상 호랑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떠올려보니 명확하지는 않다. 무섭고 용맹하다. 현대인들에게는 낯설지만 맘만 먹으면 어디서든 이미지를 찾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