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이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일이라면[머리 짧은 여자, 조재] 애매한 대답 대신… 이쯤 되면 내 입에서 ‘네, 저 여자 좋아해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까. 벌써 세 번째 같은 질문이다. 처음엔 “연애를 왜 안 해? 설마 너 여자 좋아하는 건 아니지? 나이가 몇 살인데.” 두 번째엔 “수상해. 너 정말 여자 좋아하는 거 아냐?” 세 번째엔 “스타일도 그렇고, 정말 여자 좋아하는 거 아니지?” 나는 매번 “에이, 아니에요. 연애를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고, 연애를 안 하는 상태가 편한 사람이 있는 거죠.”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애는 필수가 아니라 생각했고, 연애를 하지 않는 지금 상태가 편했다. 하지만 여성을 좋아했으므로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가지 않았다. 한 ..
규범과 상식 ‘바깥’의 세계를 그리는 만화가 출간한 사카이 에리 인터뷰 만약 출산율 저하 대책으로 ‘반하는 약’이 개발된다면? 몸과 마음을 파는 여고생이 출현한다면? 성형이 발달하고 일반화되어 모두가 젊고 아름다워진다면? 남자 여자 외에 제3의 성이 공식 생긴다면? 엘리트 회사원 남성이 임신을 한다면? 언뜻 엉뚱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 굳건히 뿌리 내리고 있는 성, 젠더,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모성에 대한 신화를 드러내고, 뒤집고, ‘상식’ 바깥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런 만화를 계속해서 그리고 있는 사카이 에리. 대범한 여성 캐릭터도, 허약한 남성 캐릭터도 주저 없이 그려내는 사카이 씨를 인터뷰했다. “스타워즈 같은 영화가 제아무리 넓은 세계를 그린다 한들, 남녀 규범은 그대로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