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야기] 자궁 초음파 검사를 받고서 난생 처음 초음파로 내 자궁을 봤다. 흐린 흑백 화면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의사는 연신 “저기 보이는 게 질이고, 여기가 자궁이고, 여긴 난소고…” 어쩌고 하는데, 정말이지 자궁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스케일과 다르게 참 작은 기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생물 교과서에서 봤던, 성교육을 받을 때 봤던 자궁의 단면은 완벽한 5 대 5의 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모습이었는데, 의사가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얼추 그려준 내 자궁의 모습은 상당히 비대칭적이었다. 내가 알던 그림과 달라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싶어 잠시 놀랐다가 ‘아, 자궁도 사람마다 다를 테지.’ 하고 새삼 깨달았다. 사실 내게 자궁은 애물단지와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낳을 일..
22. 우에쌍섬의 프로엘라(Le Proëlla) 의식 의 저자 이경신님의 칼럼. 필자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www.ildaro.com 지난 해 마지막 날, 프랑스 교수님께 다친 발목은 나았는지 안부도 묻고 새해인사도 드릴 겸 메일을 보냈다. 교수님은 내게 몸은 회복되었지만 마음이 병들었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알고 보니, 아들이 카리브 해 마르티니크(Martinique) 섬 트레킹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산에서 훈련하던 도중 지난 11월 말에 행방불명된 것이다. 시신을 대신한 ‘프로엘라 십자가’ 살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불현듯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죽었다 생각한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