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성별화된 돌봄 노동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학원 끝나면, 밥 꼭 챙겨 먹고 숙제 미루지 마”“여보, 넥타이랑 와이셔츠는 순서대로 걸어놨어. 아침에 녹즙 먹는 거 잊지 마”입원실 옆 침대 위 그녀는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아이에 이어서 남편, 그리고 아이 학원 선생에게로 계속 이어지는 통화들.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고, 그녀도 쉴 틈이 없었다. 그녀는 유방암 초기 환자였고, 다음 날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통화가 시끄러워 미안했다며, 여자들은 아프면 더 바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초기 유방암 수술은 가벼운 거라..
‘오래된 매일’ 겨울을 걷다[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이내와 규택의 함박눈 투어① ※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 다시 노래여행을 떠나다. 길 위의 짐들. ⓒ 이내 작년 이맘때 공연했던 홍성의 ‘ㅋㅋ만화방’에서 다시금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먼 길 떠날 기회니까 이참에 다른 곳들도 들러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곧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 페이스북에 뜬금 포스팅을 올렸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공연 갈 테니 초대해줄 사람~” 전국 각지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선뜻 관심을 보였다. 덥석 메시지를 보내보니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초대를 강요한 나도, 초대를 해준 낯선 사람들도 ‘이게 정말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