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로서 자연의 시간을 체험하며 봄맞이 물청소를 했다. 겨우내 흙투성이로 더러웠던 베란다 바닥을 물로 닦아내니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지난 겨울 실내에 갇혀 추위를 피하던 화초들을 모두 내놓은 지도 벌써 보름. 개나리가 노오랗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달 20일경이었던 것 같다.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선인장은 다소 파리한 빛을 띠고 있었지만,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철쭉과 백화등도 연하고 보드라운 새 잎을 가만히 내밀고 있다. 그래서 4월을 ‘맑은 잎새의 달’이라고 하나 보다. ‘내 시간은 봄에 맞춰 있다’ 열어둔 창을 통해 보니 봄은 봄이다. 만발한 노란 개나리, 만개하기 시작한 연분홍의 벚꽃, 그리고 터지기 직전인 하얀 목련꽃, 봄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3월 중순경 하..
▲ 지구온난화 위기에 맞서 내가 할 일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제안한 ‘한 시간 불끄기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이 캠페인은 지구 온난화에 찬성하면 불을 켜두고, 지구 살리기에 찬성하면 불을 끄는 투표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걸으면서 우리 동네를 살펴보니, 평소 저녁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창으로 새나오는 불빛, 가로등 불빛, 간판의 네온사인, 다리나 공공예술품 조명 등 주변은 밝기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캠페인 홍보가 있긴 했지만 캠페인 자체를 알지 못한 사람도 많을 테고, 설사 알게 되었더라도 무시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인공조명으로 환한 도시의 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단 한 시간의 불끄기에도 상당한 노력과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