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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위기에 맞서 내가 할 일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제안한 ‘한 시간 불끄기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이 캠페인은 지구 온난화에 찬성하면 불을 켜두고, 지구 살리기에 찬성하면 불을 끄는 투표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걸으면서 우리 동네를 살펴보니, 평소 저녁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창으로 새나오는 불빛, 가로등 불빛, 간판의 네온사인, 다리나 공공예술품 조명 등 주변은 밝기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캠페인 홍보가 있긴 했지만 캠페인 자체를 알지 못한 사람도 많을 테고, 설사 알게 되었더라도 무시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인공조명으로 환한 도시의 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단 한 시간의 불끄기에도 상당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를 갑자기 줄여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
 
이산화탄소 배출량 80%까지 줄여야 

팀 플래너리 "지구 온난화 이야기" 중에서

인간이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하고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이산화탄소량의 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량이 과도하게 증가된 것이다.
 
우리가 편리한 문명을 추구하면 할수록 화석연료 소비도, 이산화탄소 배출도 비례적으로 늘어났고, 이산화산탄소가 붙잡은 열은 지구를 급속도로 가열시켰다. 뜨거워진 지구는 지구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지구는 기후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경고해 왔고 지금도 경고 중이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숲의 확장, 극지방의 해빙, 해수면의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동식물들은 자기 터전을 버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산생물이나 극지방생물처럼 더 이상 이동할 곳이 없거나 인간이 야기한 환경변화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해지면, 생물종들은 하나 둘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 게다가 해수면 온도뿐 아니라 심해 온도 상승으로 바다의 산성화가 가속화되어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지역에 따라, 가뭄과 산불로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거나 강수량이 늘어 홍수가 빈번해지는 바람에 전염병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또 기상이변으로 더 강해진 태풍과 허리케인, 토네이도, 눈보라가 늘어나 인명과 재산피해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알래스카에서는 땅이 사라지고 집이 바다에 침수되어 마을전체가 이주해야 할 형편이며, 태평양 섬나라들 역시,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2007년에 환경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지표면의 평균온도가 1°C 상승해 양서류가 멸종하고 2080년에는 3°C가 상승해 지구생물 대부분이 멸종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에서 열린 기후변화국제회의에서는 2007년도 예측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결의 당시만 해도 1990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2%를 줄이기로 했지만, 10년 이상 지난 지금 2050년까지 80%까지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물종들이 멸종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을 맞기 전에 지금이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과감히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편리한 일상이 지구를 질식시킨다
 
사실 우리가 온실효과, 온실기체, 지구온난화에 대해 듣기 시작한 것이 최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특히 도시인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두꺼운 모직코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해지고 짧아진 겨울, 에어컨 사용을 늘여야 할 정도로 무더위가 길어지고 열대야가 심해진 여름, 더 빨라진 봄과 더 늦어진 가을을 경험할 따름이다.

 
이 견딜 만하고 사소해 보이는 기후변화는 사실상 지구곳곳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과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는 징후임을 분명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겨우내 따뜻하게 실내난방을 하거나 여름날 에어컨 바람 앞에서 더위를 식힐 때,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필수품으로 여기며 당연한 듯 사용할 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닐 때, 자동차로 이곳 저곳을 누빌 때, 바로 그때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뒤덮고 지구는 더위로 비명을 지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편리함과 안락함을 추구할수록 지구는 더위로 점점 더 질식해 간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60%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태워 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또 전체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을 자동차가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온실기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자동차, 화력발전소, 대규모 공장, 비행기가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대로 205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 효과가 본격화된다고 한다. 그때는 이미 늦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일상 속에서 나부터 행동한다면, 대재앙을 막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1시간 불끄기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상적인 변화와 지속적인 실천만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기코드를 뽑는 것부터 시작해서, 과도한 냉난방을 피하는 것, 온수를 적게 사용하는 것, 에너지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 가전제품 자체를 적게 사용하는 것, 인공조명을 적게 사용하는 것, 자가용차를 타지 않는 것,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 지구를 살리는 정책을 가진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 태양열 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등. 일상 속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들도 충분히 다양하다. 일단 하기 쉬운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 이경신  일다는 어떤 곳?

*함께 읽자. 팀 플래너리 <지구 온난화 이야기>(지식의 풍경,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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