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지난 주말부터 기력이 소진되어,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신체의 리듬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니, 활력이 줄어들었다 해서 놀라울 것은 없다. 다만, 몸 상태에 따라 일상을 조절해나가려면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에 대비해두는 지혜는 필요한 것 같다. 그나마 이렇게 기운이 없고 무기력할 때에조차 책은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여백이 많은 책을 선택하자 물론, 집중력이 떨어져 일하듯 독서하지는 못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설렁설렁 책장을 넘길 뿐이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 내용을 잘 기억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보를 구하기 위해 책을 펼쳐 든 것이 아니니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놀이 삼아, 휴식 삼아 책을 읽을 때는 활자를 자유롭게 따라가다 마음..
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