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 눈이 오다 비가 오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필요한 책이 있어 주섬주섬 입은 옷에 비옷을 걸치고 우산을 챙겨서 도서관을 향했다. 지난번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도서관 서가의 책들도 검토해보고, 또 집에서 참고할 책도 빌려와야 하니 말이다. 집에다 필요한 책 모두를 갖춰놓고 일할 처지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동네 도서관을 나의 도서관으로 삼기로 했으니,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을 구하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나처럼 도시에서 정신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몸을 움직일 일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전업주부였던 어머니처럼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니, 도서관까지 책을 구하러 다니는 몸수고는 내게 꼭 필요한 일인 셈이다. 인간이 정신과 몸을 가진 생명체..
생각의 숲을 꿈꿔보자 사실 ‘읽기’는 축복이기도 하고 저주이기도 하다. 문자는 인간지성이 발명한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독창적인 것 중 하나이다. 선별적으로 글을 읽는다면 글 읽기는 성장에 대단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과용한 결과 글 읽기는 우리 삶을 압도해버렸다. 직접 체험하는 데 써야 할 시간을 다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중 상당수는 글 읽기에 중독되어 있다. 읽는 습관이 지나쳐서 우리의 실제 삶을 질식시키는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동안 읽기에 중독된 경험이 있던 올더스 헉슬리는 이를 ‘병’이라고 불렀다. (윌리엄 코프스웨이트 『핸드메이드 라이프』 4. 배움과 가르침 중에서) 우리 집에서 동네 도서관으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보통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