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8) 가 안겨 준 생각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면, 도서관 종합열람실의 서가 사이를 천천히 걸어본다. ‘이곳에는 어떤 책이 살고 있나?’하며 책 하나하나에 눈길을 준다. 이렇게 서가에서 직접 책을 살펴보는 일은 인터넷 도서검색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후자는 원하는 책을 손쉽게 찾도록 도와주지만, 전자는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미처 알지 못해 읽지 못했지만, 눈에만 들어오면 반드시 펼쳐들고 싶을 책이 빽빽한 서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좋은 책과의 우연한 만남,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요즘 나는 일기, 여행기, 서간문 등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을 배회하는 중이다. 마침 (황대권 글그림, 도솔. 2002)라는 책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언젠..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4) 빗물의 진실을 아시나요?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는다. 갑작스레 비가 쏟아진다고 해도, 마침 근처에 우산을 팔고 있다면, 얼른 우산부터 구입한다. 일기예보에서 비 소식을 알려오면, 길을 나설 때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일단 접이우산을 가방에 꼭 챙긴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면 한여름이 아닌 한, 우산을 물론이요, 비옷까지 챙겨 입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난 젖는 게 싫어.’ 산성비의 공포 비에 젖어 축축해진 옷이 납처럼 무거워지고, 신발 속으로 스며든 물 때문에 양말이 질척거릴 때... 젖는 것은 정말 불쾌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먼 과거 속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상 비에 젖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