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12) 지체장애 언니를 떠올리며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려면,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한다. 공원길 입구로 이어지는 장애인 주차공간을 지날 때마다 주차차량을 뚫어져라 보는 습관이 있는데, 마치 감시인이 된 느낌이다.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뻔뻔스러운 차량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다. 이렇게 장애인 주차공간과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더불어 살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체장애가 있는 언니를 알게 되면서였다. 도움은 필요하지만 타인의 짐이고 싶지 않다 처음 언니를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장애인 친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언니가 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기 때문에, 비장애인인 내가 다리 불편한 언니를 무조건..
먼지와 더불어 사는 어려움 “피부의 각질에서부터 돌 부스러기, 나무껍질, 자전거에서 벗겨진 페인트, 전등갓에서 풀린 실, 개미 다리, 스웨터의 털실 조각, 벽돌 조각, 타이어 고무, 햄버거에 묻은 검댕,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은 끊임없이 분해되고 있다.” -한나 홈스 (지호,2007) ‘머리말’ 벌써 일주일째 비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병원치료와 약을 동원해서 비염을 떨쳐낸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누르스름하고 뿌연 황사 속을 걸어 도서관을 다녀온 것이 문제였을까? 책장을 옮기고 책을 뽑고 꽂느라 오래된 먼지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일까? 화분 분갈이 하느라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일까? 오리털 파카로 베개를 만든다며, 친구가 집안 곳곳을 솜털 천지로 만들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