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순환 속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벽에는 이미 내년 달력을 걸어두었다. 책상 위 새 달력은 벌써부터 약속과 계획으로 어지럽다. 내 마음과 나의 삶은 시간을 앞서 한참 달려나가 있는 듯하다. 12월의 주요 일정을 앞서 마무리해서일까? 일터도 휴가에 들어갔고, 월말 결산도 끝냈고, 우리 집 연말행사도 미리 치렀다. 왜 연말과 연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나? 언젠가부터 연말마다 우리 집에서는 한해 10대 뉴스 뽑기를 행사처럼 하고 있다. TV의 연말 10대 뉴스를 보다 떠올린 것인데, 가족 개개인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하다 싶은 일 10가지를 추려낸 후 순서를 매겨보는 것으로, 재미나다. 해에 따라 다른 테마가 덧붙여지..
택배 아저씨는 내게 작은 소포꾸러미를 안겨주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찌그러진 종이상자에는 박스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도대체 누가 보낸 걸까?’하며 살펴보니, 이제는 완전히 시골사람이 다 된 대학선배가 보낸 것이었다. 겨우 테이프를 떼어내고 상자를 여는 순간, 편지와 함께, 곶감 한 봉지와 책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렇게 손수 쓴 편지를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게다가 곶감은 선배가 손수 말려 만든 것이라니, 정말 감동적이다. 곶감을 앞에 놓고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이 훈훈해져 왔다. 시간을 들이기보다 돈을 들여서 언젠가부터 손으로 직접 편지쓰기를 멈추었다. 아마도, 인터넷 없이 사는 일본인 친구 편지에 답장 쓸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또 더 이상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