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 소중한 내 친구에게 사이바라 리에코 “여자 이야기”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우리를 기억하는 나무에게 서영 씨, 미안. 그리고 보고 싶어.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편지를 쓰게 되었어. 다시 가보지 않는 곳은 세상에 없는 곳이지. 나는 안 갈 거고, 그건 서영 씨도 그럴 거야. 우리가 살았던 그 아파트 기억하지? 암, 기억할 거야. 난 장담해. 서영 씨도 나처럼, 그 아파트의 낡은 현관이며, 냄새 나는 엘리베이터며, 난방이 잘 안되어 늘상 춥고 습하던 방들을 샅샅이 기억할 거라고. 그..
막내를 잡아주는 둘째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둘째 동생 ※ 농촌과 농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하며 살고 있는 20대 박푸른들의 농(農)적인 시선. [편집자 주] ▲ 2014. 9. 7. 막내를 잡아주는 둘째. © 박푸른들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다가 시들해진 내 나이 열 살, 동생이 태어났다. 늦둥이인 줄 알았던 동생은 네 살이 되던 해 동생을 보았고, 막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엉엉 울며 찾으러 나가는 언니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습관적인 표정과 행동을 보고 쉽게 마음을 알아챈다. 특히 누군가 슬퍼할 때 가장 먼저 안아 달래주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분명 타고난 돌봄이라고 생각했다. 이 돌봄이 동생은 자라면서 뛰어난 살림쟁이가 됐다. 무엇을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