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이 문장에는 마치 고독이 남자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생각이 들어있다. 여자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 없을까? 조용하고 고독한 시간이 다른 성별들에겐 필요 없는 것일까? 아멜리 뿔랑의 동굴 〈아멜리에〉의 원제는 〈아멜리 뿔랑의 멋진 운명〉이다. 당시 짝수 글자로 영화 제목을 짓는 것이 유행하던 탓에, 수입사는 ‘아멜리’의 이름에 아무 뜻이 없는 ‘에’를 덧붙여 ‘아멜리에’를 완성 시켰다는 속설이 있다. 주인공 이름은 제목과는 달리 ‘아멜리에’가 아닌 ‘아멜리 뿔랑’이다. ▲ 장 피에르 주네 연출 영화 〈아멜리에〉 장면 중 아멜리는 어릴 적부터 혼자였다. 어머님을 일찍 사고로 여의던 날, 한 짓궂은 어른이 어린 아멜리에게 이..
나를 어제처럼 살게 하지 마시고 어제와 함께 살게 하소서 (…) 내게서 떠나는 것들이 조용히 문지방을 넘게 하시고 다가오는 것들을 가만히 받아 안게 하소서 (…) - 이순자 유고 시집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수록작 ‘신년의 기도’에서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는 글들이 있다. 날것의 삶이 담긴 이야기 속에 한 존재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때 독자에게도 강렬한 에너지가 전이되기 때문이다. 1년 전 SNS를 중심으로 수없이 공유되며 화제가 된 이순자 작가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수상작)도 그런 글이었다. ▲ 이순자 작가가 쓴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이순자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