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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어제처럼 살게 하지 마시고

어제와 함께 살게 하소서

(…)

내게서 떠나는 것들이

조용히 문지방을 넘게 하시고

다가오는 것들을 

가만히 받아 안게 하소서

(…)

- 이순자 유고 시집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수록작 ‘신년의 기도’에서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는 글들이 있다. 날것의 삶이 담긴 이야기 속에 한 존재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때 독자에게도 강렬한 에너지가 전이되기 때문이다. 1년 전 SNS를 중심으로 수없이 공유되며 화제가 된 이순자 작가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수상작)도 그런 글이었다.

 

▲ 이순자 작가가 쓴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이순자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중에서. (촬영: 달리)

 

황혼이혼 후 60대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저자는 만학도로 성취한 학력과 자격증을 이력서에서 모두 지우고 나서야 사회가 기대하는 ‘노년여성 취준생’의 지위에 맞출 수 있었다. 그는 온갖 고된 일자리와 부조리한 직업 현장을 거치며 ‘실패’를 반복한다. 가난한 노년여성에 대한 멸시와 차별, 성폭력의 위협은 어떤 노동에서도 덤처럼 따라왔다. 그러나 저자는 좌절과 상처의 경험을 치열하게 기록해 ‘피해’의 서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품위와 위트를 겸비한 고발장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편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르포이자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는 에세이였던 그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작가가 몸으로 겪어낸 삶이 정직한 글로 투영될 때 가지는 힘은 언제나 우리를 압도한다. 하지만 그가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는 후일담은 글에서 작가 스스로 “내 삶이 아니러니”라며 자급을 접고 보호받는 위치가 되어서야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마지막 문단처럼 인생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기초수급자가 되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초생활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사방 벽 길이가 다른 원룸에서 다리미판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 이른 결심을 축하받고 싶다.”(198쪽)

 

그래서 몇 달 전, 고 이순자 작가의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와 시집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가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이제 엄마의 인생을 시작해봐!”라는 딸의 응원을 듣자마자 50대 중반에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 전공 공부를 시작한 그는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시, 소설, 수필, 동화 등 장르를 망라한 작품 수백 편을 남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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