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장애여성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과 다양한 인생관을 배우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필자 김효진님은 의 저자이며,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지혜로운 노년을 꿈꾸는 장애여성입니다. –편집자 주] 김효진의 다른 생각: 장애가 뭐길래 천성이 그리 치밀하지 못한 탓에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늘 거리가 먼 연말연시를 보내곤 하지만, 올 연말은 특히나 정신 없이 보냈다. 단체랍시고 운영을 하다 보니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기 무섭게 새로운 계획을 짜야 했고, 이런저런 외부활동들을 마무리하느라 12월을 딱 1주일 앞두고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활동가들의 헌신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네 NGO들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차분히 사색하는 연..
핵 물리학자 페이 에이젠버그-셀러브는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짓궂게 말한 바 있다. “하버드에건 다른 어느 대학에건, 이류밖에 안 되는 많은 남자교수들이 있다. 나는 이류밖에 안 되는 여성들이 정년직을 받는 것을 보게 되면 비로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고 믿겠다.” 그녀의 약력은 왜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1950년대에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버드 물리학과 과장에게 강사직을 얻을 수 없다는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녀는 사이클로트론(원자핵 파괴 장치)을 사용하는 실험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건물 내 여성출입금지’라는 규칙 때문에 밤에 몰래 실험실에 들어가기도 했다. 물론 에이젠버그-셀러브와 같은 선구적인 연구자 덕택에,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