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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과 민영미디어렙이 가져올 세상  

연예인들의 사적인 모습을 몰래 촬영해 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는 한 스포츠 신문이, 또 다시 가수 아이비씨의 데이트를 몰래 촬영보도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신문의 사생활보도는 이전에 ‘열애설’을 보도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치밀한 준비를 통해 해당 연예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극히 사적인 상황을 ‘몰래카메라’로 찍는 등 선정성과 인권 침해적 성격이 심각해 우려를 낳고 있다.
 
‘돈 되면 그만?’ 여성연예인 잇따른 파파라치성 보도
 
그러나 이와 같은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9월 가수 이효리씨에 대한 보도로 당사자와 기획사 측에서 명예훼손과 사생활 및 초상권 침해로 법정소송이 거론되자, 데스크에서는 기자블로그를 통해 “할리우드에서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반발하고 나섰다. 파파라치성 보도행태를 비난하는 주장에 대해 ‘스타가 사생활 침해 좀 당할 수 있지, 그 정도도 안하고 돈을 벌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할리우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해도 인권침해는 인권침해다. 연예인의 사생활 노출이 어느 정도는 허용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최소한 그 방식과 허용범위에는 제한이 있어야 한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유포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려면 그 행동이 ‘공익성’이 있을 경우에 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몰래카메라’ 보도에는 어떤 공익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효리씨는 한 인터뷰를 통해 ‘외국처럼 쿨하게 하라’는 해당 신문사의 주장에 대해 “외국처럼 받아줄 수 있는 마인드도 아니면서 뭘 외국처럼 쿨하게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섹스 비디오가 터져도 멀쩡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를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냐”는 설명이다.
 
특히 여성연예인에게 보수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이런 식의 스캔들 기사는 해당 연예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이비씨도 스캔들 기사가 나간 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이번 보도의 인권 침해적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은 사생활침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긴 글 중 ‘스폰서’ 부분만을 건져내 집중보도했다. 이는 비단 스포츠신문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언론들은 피해자를 살피는 공정한 보도보다 ‘돈’이 되는 기사를 택하고 있다.
 
언론의 공익성, 그 고삐를 풀어버리면
 
미디어의 선정성 문제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매체들의 선정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게 된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케이블 방송 채널이 증가하고 인터넷에서는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뉴스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데만 혈안이 된 자극적 기사와 방송 제작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신문과 방송이 오로지 시장논리로만 흐를 때 안게 될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러나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그 고삐를 늦추는 방향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려 한다.
 
첫 번째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도입을 추진 중인 민영미디어렙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방송광고 대행 독점체제를 통해 전체 광고물량의 10~15%를 지역방송 등에 배분하던 시스템이 무너지고 민영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시장의 자유경쟁이 시작되면 공익성을 우선하는 방송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이 개정을 추진 중인 언론관련법이 통과되면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언론악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의 거대 종합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지상파의 경우 20%, 종합편성채널은 30%, 보도전문채널은 49%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1인 소유 지분 제한도 현행 30%에서 49%로 완화했다. 여론독점과 미디어의 상업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일이 단순히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등의 말로 포장이 되어 강행되고 있다. 미디어를 시장경제에 맡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경쟁해야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얄팍한 인식에 기대, 미디어 독점을 꿈꾸는 거대 신문사들은 언론인들의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언론들의 존재야말로 우리가 언론법 개정 강행을 막아야 할 가장 큰 이유이자 증거이다. [일다] 박희정  관련기사 보기| 연예인이니까 성폭력도 가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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