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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정책이 아동심리에 미치는 영향분석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까. 꿈꿔 봅시다.
 
글과 수 개념, 기초과학이론, 역사를 배우고요.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고 시간을 지키는 법도 배우겠지요.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생각하는 방법도 익힐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게 되고, 친구와 힘을 모으고, 친구를 위로하는 마음을 배워도 좋겠습니다. 게임에서 졌을 때 패배를 인정할 줄도 알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받는 경험도 쌓고요. 신나게 노는 법도 학교에서 익힌다면 좋겠지요!
 
심리학자 입장에서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타인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경험도 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미술작품도 만들고, 팀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도 있고요. 건강한 밥상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고, 책에 나오는 유적지를 찾고 예술작품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또 무얼 배우면 좋을까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해볼수록 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습니까. 이 문제를 생각하면 암담하고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전국학력평가, 교사해임…울타리 대신 철조망이 된 공교육
 

새 입시제도 발표에 반발하는 학생들 (2005)

시험을 하나 더 늘리고 과목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줄 세우며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로 이름 붙이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특히 초등학생 때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학습을 시작하면서 자기 실력을 또래들과 비교하려는 모습이 강해지는 시기라고 합니다. 발달과정 상 다방면으로 배우는 시기이므로, 주변 친구들과 비교를 하면서 자기는 무엇을 잘 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못하는 사람인가를 인식하게 되지요.

 
에릭슨이라는 심리학자는 성장과정에서 이 시기의 과제를 무사히 통과한 아이는 근면성을 키우고 노력을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지만, 여기서 좌절한 아이들은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주로 학교학습을 전면화시키기 때문에, 학교학습이라는 제한된 영역 내에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될 염려가 있습니다.
 
열등감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자기 확신과 주도성을 지니고 자아를 실현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교육환경을 결정짓는 기관에서 발달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좁디 좁은 영역에 한정하여 줄 세우기 식으로 평가를 한다니 큰 실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은 더 걱정되는 바가 있습니다. 학력평가와 체험학습의 선택권을 제공한 선생님들이 어이없이 해임당하는 사태를 보자니 말입니다. 바로 교육철학이 부재한 관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환경에 아이들이 대면한 현 상황입니다.
 
교사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설명을 제공하고 선택할 기회를 부여했고, 부모와 아이가 서로 존중하면서 선택한 실천의 교육현장은 교사해임이라는 결과로 왜곡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육철학과 전문성이 부재한 교육청과 이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세계를 목격했습니다. 교육청은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성장을 위한 모험과 역할모델이 부재한 학교
 
학교는 아이가 성심껏 판단을 내리고 이것을 실천하는 역량을 쌓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배움의 공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판단의 주체로 자라고, 자기 행동에 도덕적 책임을 지는 행위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맹목적 관료주의와 눈먼 복종에서 아이들은 몹시도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인생 신념, 철학, 숙고와 실천이 부재한 채 권위에 굴종해야만 하고, 신념으로 선택하고 실천했을 때 처벌이 뒤따르는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정체성을 발달시키거나 희망을 꿈꾸기란 어렵습니다.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권위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고 시도하여 정체성을 설정해 나갑니다. 그렇다 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지요. 십대 시기 이러한 갈등과 위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탐색을 처벌하는 환경은, 아이들이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막습니다. 교육환경은 아이들이 다양한 가치를 시도하는 현장에서 안전하고 유연한 울타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가시가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역할모델이 필요합니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을 세워주는 누군가는 몹시도 절실합니다. 아이는 그를 존경하고 동일시하면서 자기 이상과 목표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건설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위기상황에서 동일시한 인물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를 떠올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아이는 존경하는 사람을 동일시하면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도 키웁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의 모습을 따르면서 스스로도 가치 있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라 여길 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건강한 자기 사랑의 기반은 이로부터 나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명품과 메이커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가짜 자기를 욕망할 필요가 없을 테지요.)

 
억압과 획일성이 만연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자기 사랑을 키우거나 정체성을 다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성장하기 위한 모험과 도전의 시도가 처벌받고 훌륭한 역할 본보기가 부재한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은 어디로 이상향을 설정해야 하는지요.

 
관료주의적 교육환경은 사회를 그늘지게 만든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심리학 연구를 찾다 보니 결국 의도치 않게 히틀러 시대의 심리학 연구를 들춰보게 되어 기분이 묘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히틀러 시대의 참혹함 안에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했던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의 연장선에서 작동하는 교육환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몰살이 일상적인 관료주의 절차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은, 나치 홀로코스트의 가장 충격적이고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국가폭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관료주의는 국가폭력의 필수조건이라고 지적합니다. 폭력적인 정권이 물러나도 사회가 바뀌지 않는 것은 기계적인 관료주의 탓이라고 말합니다.

 
권위주의가 지배하고 관료주의가 팽배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웁니까. 심리학 문헌은 권위주의 환경이 ‘권위주의적 성격’을 양산한다고 말합니다. 아도르노라는 심리학자는 억압된 아이들은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이로부터 파생된 분노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복종을 강요하는 교육환경이 권위주의적 성격을 유발시킨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권위주의의 희생양은 결국 그 자신이 사람을 서열화하고 편견을 지속시키는 권위주의의 실행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관료주의는 아이들의 건설적인 사고 능력을 마비시킵니다. 관료주의는 가치체계의 숲을 보지 못하게 하고 도덕적인 판단력을 가립니다. 관료주의적 사고양상은 편협한 시각에서 성급하고 무분별하게 판단 내리는데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융통성 없이 경직되고 기계적인 사고패턴을 굳히고, 대안을 섭렵하는 열린 태도를 막습니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이 결합한 공교육 환경이 아이들의 인성발달에 가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교육환경이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 사회와 만날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서열화하는 권위주의적 성격, 경직되고 기계적인 사고양상은 한국사회 자본주의 땅 위에 더 많은 곳을 그늘지게 할지 모릅니다.

 
우리네 학교는 왜 아이들이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아이가 그것을 경험해야만 하게 만듭니까. 학력평가를 선택한 아이도, 체험학습을 선택한 아이도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성장이라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길을 잃은 아이들에게 역할본보기가 되어주었던 존경하는 선생님들, 힘을 내주시어 더 빛나는 등대가 되어 주십시오.

[일다] 최현정  ☞ 관련기사 “공부 못하는 아이”   ☞ 관련기사 ‘강박적인 삶’ 조장하는 무한경쟁체계

댓글
  • 프로필사진 펑크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학교가 애들한테 뭘 가르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교육영향 +-평가를 하면 악영향이 더 큰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2009.01.16 14:08
  • 프로필사진 호두 잘 읽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조근조근 설명해 주셨는지 ㅠ
    '생각이 없는게 악'이라고 했던가요?
    학생이건 교사건 제일 중요한게 뭔지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9.01.16 17:48
  • 프로필사진 sk 교육 당국이 바뀌어야죠
    세상에 교육 평가 기준이 사지선다 찍기 기준밖에 없나요
    교육은 사람을 길러내는곳....근데 사지선다 찍기 기계를 만들어
    찍어 내잖아요..사회가 변하면 교육도 변해야 하는데
    한심해요
    2009.01.17 00:47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kina1115.egloos.com/ BlogIcon kina1115 "...아도르노라는 심리학자는 억압된 아이들은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이로부터 파생된 분노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글에서 인용하신 아도르노의 의견이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이 시스템의 해악은 사회를 이기주의자들로 가득찬 아수라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뼈저리게 느끼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언제나 우리 용감한 선생님들 편입니다. 행동으로 하는 건 별로 없지만... 그리고 내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할 학부모로서 여러 모로 걱정이 앞섭니다....
    2009.02.01 23:5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logs.ildaro.com BlogIcon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부모나 양육자의 심정,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하나둘 모으는 것이, 앞으로 대안을 만들어가는 큰 흐름이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2009.02.06 17:1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ildmoon.egloos.com BlogIcon 야생의숨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었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2009.02.03 10:2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logs.ildaro.com BlogIcon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감사합니다~ 야생의숨님 블로그 통해서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09.02.06 17:1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chiwoo555.egloos.com/ BlogIcon 한단인 어줍잖은 포스팅에 이런 좋은 글을 트랙백 걸어주셔서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그렇다면 아이들은 명품과 메이커를 사달라고 조르면서 가짜 자기를 욕망할 필요가 없을 테지요] 란 부분은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입니다.
    2009.02.04 23:39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logs.ildaro.com BlogIcon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일제고사에 대한 한단인님의 의견도 잘 읽어보았습니다. 좋은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고의 창을 넓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2009.02.06 17:17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naver.com/dndus8479 BlogIcon NG양 담아가겠습니다. 2009.02.07 14:07
  • 프로필사진 오신왕 애들 학교 보내지 말야대는거 아닌가여 울 애 들은 학교 보내고 학원 보내야 대느느대
    어디 학원 안 보낸는 학원 읎나여???
    요샌 돈두 읎는대 ㅜ 그냥 검정고시보내구
    좀 크면 다리라두 부러뜨려서 걸뱅이 만드는게 낫지 앉을까여???학교 보내그ㅜ 결혼시키면 나만 거지 대는거 아닌가여???
    2009.02.16 12:55
  • 프로필사진 돌다리 왜들 이리 야단입니까 ?
    권위주의 적이다 관료주의 적이다 하시면서 그것들의 폐해는 말 하지않으니 ... 대관절 뭐가 어떻게 나쁘다는
    것입니까 ? 그저 남들 많은사람들이 싫다ㅏ고 저항 하니까 그러려니 하는 겁니까 ?
    교육기관 상부에서 일제고사를 치루기로 결정 하였으면 다연히 고사를 치뤄야지요...
    결정이 되어 시행한다면 단체 전체가 합의한 사항으로 전부가 따르는 것이 당연한데 굳이 일제고사를 보거나
    말거나 맘데로 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자유를 강조하여 공동의 결정에 이탈하는 방법을 교육
    하자는 뜻입니까 ?... 아니면 권위에 항거하는 습성을 주입하자는 것입니까 ?... 혹여 권위에 항거하는 용기를
    알리려는 것이 단체행동에 무조건 이탈하는 반항심을 주입하는 효과를 주입한 것이 아닙니까 ?....
    2009.02.16 22:46
  • 프로필사진 high 일제고사의 폐해를 모르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정말 교육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2009.03.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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