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을 개조한 그 방, TV도 없었던 혜화동 나의 첫 집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중얼거렸지. “늙으면 나연이 데리고 시골에서 살아야겠다.” 평소 당신답지 않은 말을 했던 아빠, 그때 왜 그리 내가 끔찍하게 느껴졌던지……. 그때부터 너는 가출을 꿈꿨지. ‘혼자 살아야지, 내 의지를 실어서…….’ 넌 이런 생각을 했지. 막연했었니? 너 자신도 그 꿈의 성공을 의심했었니? 그 방에 너의 물건들을, 볼품없는 살림살이들을 들여놓기까지 행운도 따랐다고 생각해. 그래도 난 알아. 네 나름의 열정으로 준비했다는 걸, 배움을 찾고, 일을 찾았지. 2001년의 그녀, 정말 행복해보여. 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열정이 식은 것 같고, 행복지수가 떨어진 것 같고 귀차니즘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아. 그때나 지금이나 ..
우리 사회는 부모가 자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문 밖의 사람들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금기가 강하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는 가정 내 아동학대와 근친성폭력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저와 동생은 큰엄마(아버지의 아내)와 배다른 언니 오빠들로부터 SOS에서 나올듯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온 동네에, 학교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맞고 맞고 또 맞고. 제 비명소리 시끄럽다고 입 틀어막고 때리고. 전 어릴 적 내가 이리 학대 받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다 알고 온 학교사람들이 다 아는데 아무도 남의 가정사라고 저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거. 그게 가장 몸서리치게 무서웠습니다.” 37세 여성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집에서 겪었던 끔찍한 폭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