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그날 독후감 일곱 개 다 쓰고 잤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예슬이가 말했다. “일곱 개를 다? 정말 대단한데!”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그렇죠! 아마도 전 천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내가 봐도 그래. 예슬이는 천재임에 틀림없어! 참, 수진이 지난 주에 못 나온 게 혹시 방학숙제 때문?” “그건, 아닌데…….” 지난주에는 수진이가 오지 않아, 지민이, 예슬이와 수업을 했었다. 아래층에 살고 있어, 할머니께서 직접 올라오셔서 수진이가 오늘은 뭘 하느라고 공부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려주신 터였다. 난 이유는 묻지도 않고 알겠노라고 대답을 드렸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예슬이가 내일이 개학이라는 사실과 독후감 숙제를 오늘 내로 일곱 ..
국회에 제출된 존엄사 법안을 통해 존엄사 논의의 핵심쟁점인 ‘의료집착적 행위’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는 한편,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진정성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호스피스와 적극적 안락사에 이르는 논의를 지피고자 한다. 필자 이경신님은 현대의학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죽음의 개념과 양상을 연구하며, ‘죽음’의 문제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철학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편집자 주 존엄사 법안, ‘적극적 안락사’ 금지하고 있어 말기환자의 경우엔 의료집착적 행위를 거부한다 했을 때, 그로 야기되는 무의미한 생명연장에서는 해방될 수 있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말기환자가 겪어야 하는 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줄여나가거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