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역도서관을 서고로 이용해보자 몇 년 전, 고교시절 이후 애지중지 사 모은 엄청난 양의 책들을 정리했을 때만 해도, 이젠 읽고 또 읽을 것들만 남았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렇게 책 사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라면으로 식사를 때워가며, 때로는 굶어가면서까지 사들인 치열함이 서글펐다. ‘세상에 꼭 보관할만한 책은 없다’는 걸 깨닫는데 꼭 20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렇게 여러 번 책을 정리하고도 내겐 너무 많은 책들이 남아있었고, 또 짬짬이 몇 권씩은 사기도 했다. 지난 주에는 그렇게 남아 있는 책들 가운데, 문예이론과 미학 책들을 시를 쓰는 한 친구에게 모두 보내주었다. 이제 더 이상 이 책들을 다시 볼 일 없겠다는 마음에서였는데, 그것은 어쩌면 그 동안 포기하지 못하고 있던 문학에 대한 ..
오인환 작가의 개인전 [TRAnS] 현재 대~한민국!의 미술계는 미술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작품을 상품 혹은 주식처럼 인식해 재산축적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대기업의 행태나, 고소득자들의 미술 트렌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미술작가들이 상품화하기 쉬운 ‘회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형갤러리에서 전시되고 거래되는 것도 거의 회화이다. 예술(미술)이 물질로 안착하여 그 소유자를 즐겁게 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식으로 고착된다면, 더 이상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 싶다.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수렴되어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켜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예술의 역할이 더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