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
며칠 전, 가깝게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사귀고 있는 남자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 남자는 그녀에게 너무나 상냥하고 모든 것을 그녀 중심으로 배려하지만, 결혼 후에도 그렇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지 의심스럽고, 막상 결혼하고 나서 닥칠 수도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가능하다면 동거를 해보고 결혼을 하면 좋겠다는 대답을 해 주었지만, 그녀도 그녀의 남자친구도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여기는 듯 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혼전 동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일생을 함께 살 파트너를 구하는데, 살아보지도 않고 구한단 말인가? 유학시절 프랑스에서 접하게 된 동거문화 나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