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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류 탈북여성의 신분에 대한 中 정책변화에 주목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국경을 넘는 북한주민들의 실상이 알려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중에는 다시 북한으로 강제송환 된 이도 있지만, 남한으로 오게 된 이들도 많아서 현재 새터민의 수는 1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수의 탈북자들, 즉 중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길게는 10년 넘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특히 탈북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은, 지금 중국대륙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중국에서 체류중인 북한여성들 "팔려 가는 삶"
지난 4월, 워싱턴 소재 NGO인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는 재중 탈북여성들의 취약한 인권실태에 대한 보고서 <팔려가는 삶(Lives for Sale)>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길림성, 흑룡강성, 산동성 일대에서 만난 탈북여성 77명을 심층인터뷰 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팔려가는 삶>은 주로, 북한여성들이 탈북과정과 중국체류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인신매매와 강제송환, 강제혼인 등 인권유린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농촌에서 중국남성과 혼인형태로 살아가는 북한여성들은 극심한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노예와 같이 속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도시에서 살아가는 북한여성들은 성 산업에 유입된 경우가 많으며, 남한남성을 상대로 하는 화상채팅에 고용된 이도 많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열악한 중국 내 북한여성들의 지위와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국내 NGO인 바스피아(baspia.org)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바스피아는 동북아시아의 ‘인권에 기반한 사회발전’ 실현을 위해 일하는 NGO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영씨가 이번 보고서 작업에 참여해 직접 탈북여성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혜영씨는 지난 달 26일 바스피아가 주최한 <재중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및 현지정착에 대한 인권에 기반한 접근> 토론회에서, 중국에서 북한여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중국의 변화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중국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나 비판일변도의 태도를 지양하고, 대신 인신매매나 장기체류 이주자의 문제와 같이 중국정부나 지역 당국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만한 이슈들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中 정부와 지방당국, 일부 북한여성에 ‘거주 허가’
이러한 해법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근거로, 최근 몇 년 사이 탈북여성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변화를 들 수 있다.
2004년 12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대된 중국인권연구협회 양쳉밍(Yang Chengming)씨는 <중국내의 북한인들: 도전과 해결책>이란 주제의 발표문을 제출했는데, 거기엔 획기적인 정보가 담겨있었다. 탈북자들 중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가진 자는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인과 결혼한 지 3년 이상 되어 아이를 낳고 법과 규범을 준수하는 북한여성 ▲현재 중국에 있는 친척과 동거 중인 북한여성이나 아동 중,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자활능력이 없고 중국에 남기를 주장하는 자 ▲6.25전쟁 이전에 중국인이었거나 중국인 부모를 가진 북한인으로,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귀환한 자
실제로 중국에서 결혼형태로 살아가는 북한여성들의 경우에는, 존재가 주변에 알려져 있는데도 송환되지 않고 수년 간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중국서 낳은 자녀가 취학연령에 이르자, 아이들에 대한 호구를 내주는 지역이 생겨났다는 사실도, 재중 탈북여성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김혜영씨는 중국길림성 일부 지역들에서 탈북여성들에게 임시 거주권, 또는 유사한 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공안이나 파출소에서 공공연하게 탈북여성들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혼과 법률혼 효력 동일, 내국민과 같은 대우를…
지금까지 재중 탈북자 문제에 대한 주요 접근은 “난민 지위를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기획 망명을 통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몽골이나 제3국에 난민촌을 건설”하는 방안,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한 개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중국이나 북한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으며, 비현실적이거나 한시적인 방안이라는 한계가 지적됐다.
바스피아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오히려 탈북여성들을 중국정책의 “우호적인 변화대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탈북여성들 가운데서도 “장기체류, 사실혼 관계 유지, 자녀 출산, 농촌지역 거주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그들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국시민사회 및 국제개발NGO들과 협력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강수진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1999년 탈북, 2001년 한국으로 옴)는 “(한국에 온 북한여성들 중에) 중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중국에선)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것이지, (거주를) 인정해준다면 중국에서 생활하겠다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중국법무학과 주임교수는 현행 중국 혼인법이 “사실혼과 법률혼의 효력을 동일하게 인정”한다고 소개하며, “관련 중국 국내법에 근거하여 특정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신분을 보장해줄 것이 아니라, 중국전역의 모든 탈북여성에게 내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도록 유도”하는 등 원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 www.ildaro.com
[북한여성] 탈북여성의 인권은 어디에? | 식량난 속 경제주체가 된 북한여성의 삶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국경을 넘는 북한주민들의 실상이 알려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중에는 다시 북한으로 강제송환 된 이도 있지만, 남한으로 오게 된 이들도 많아서 현재 새터민의 수는 1만 명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수의 탈북자들, 즉 중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길게는 10년 넘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특히 탈북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은, 지금 중국대륙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중국에서 체류중인 북한여성들 "팔려 가는 삶"
재중 탈북여성들의 실상과, 국경을 넘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강수진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 ©일다
<팔려가는 삶>은 주로, 북한여성들이 탈북과정과 중국체류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인신매매와 강제송환, 강제혼인 등 인권유린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농촌에서 중국남성과 혼인형태로 살아가는 북한여성들은 극심한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노예와 같이 속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도시에서 살아가는 북한여성들은 성 산업에 유입된 경우가 많으며, 남한남성을 상대로 하는 화상채팅에 고용된 이도 많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열악한 중국 내 북한여성들의 지위와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해 국내 NGO인 바스피아(baspia.org)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바스피아는 동북아시아의 ‘인권에 기반한 사회발전’ 실현을 위해 일하는 NGO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영씨가 이번 보고서 작업에 참여해 직접 탈북여성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혜영씨는 지난 달 26일 바스피아가 주최한 <재중 탈북여성의 인신매매 및 현지정착에 대한 인권에 기반한 접근> 토론회에서, 중국에서 북한여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중국의 변화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중국에 대한 정치적 접근이나 비판일변도의 태도를 지양하고, 대신 인신매매나 장기체류 이주자의 문제와 같이 중국정부나 지역 당국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만한 이슈들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中 정부와 지방당국, 일부 북한여성에 ‘거주 허가’
이러한 해법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근거로, 최근 몇 년 사이 탈북여성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변화를 들 수 있다.
2004년 12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대된 중국인권연구협회 양쳉밍(Yang Chengming)씨는 <중국내의 북한인들: 도전과 해결책>이란 주제의 발표문을 제출했는데, 거기엔 획기적인 정보가 담겨있었다. 탈북자들 중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가진 자는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인과 결혼한 지 3년 이상 되어 아이를 낳고 법과 규범을 준수하는 북한여성 ▲현재 중국에 있는 친척과 동거 중인 북한여성이나 아동 중,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자활능력이 없고 중국에 남기를 주장하는 자 ▲6.25전쟁 이전에 중국인이었거나 중국인 부모를 가진 북한인으로,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귀환한 자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권실태 보고서 "팔려가는 삶"(Lives for Sale)의 내용을 보고하는 바스피아 이혜영 대표 ©일다
김혜영씨는 중국길림성 일부 지역들에서 탈북여성들에게 임시 거주권, 또는 유사한 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공안이나 파출소에서 공공연하게 탈북여성들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한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실혼과 법률혼 효력 동일, 내국민과 같은 대우를…
지금까지 재중 탈북자 문제에 대한 주요 접근은 “난민 지위를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기획 망명을 통해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몽골이나 제3국에 난민촌을 건설”하는 방안,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한 개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중국이나 북한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으며, 비현실적이거나 한시적인 방안이라는 한계가 지적됐다.
바스피아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오히려 탈북여성들을 중국정책의 “우호적인 변화대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탈북여성들 가운데서도 “장기체류, 사실혼 관계 유지, 자녀 출산, 농촌지역 거주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그들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중국시민사회 및 국제개발NGO들과 협력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강수진 탈북여성인권연대 대표(1999년 탈북, 2001년 한국으로 옴)는 “(한국에 온 북한여성들 중에) 중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중국에선)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것이지, (거주를) 인정해준다면 중국에서 생활하겠다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중국법무학과 주임교수는 현행 중국 혼인법이 “사실혼과 법률혼의 효력을 동일하게 인정”한다고 소개하며, “관련 중국 국내법에 근거하여 특정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신분을 보장해줄 것이 아니라, 중국전역의 모든 탈북여성에게 내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도록 유도”하는 등 원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 www.ildaro.com
[북한여성] 탈북여성의 인권은 어디에? | 식량난 속 경제주체가 된 북한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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