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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에 발맞추는 여성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여성부의 행보가 이상해졌다.
 
여성부는 국민의정부 시절 ‘평등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큰 목적 하에 만들어진 부처다. 태생 이후 줄곧 담당업무와 역할을 두고 정체성 논란을 겪었지만, 여성정책을 기획하고 취약계층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폭력을 예방하는 등의 기본업무를 수행해왔다.
 
필요에 따라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정부정책에 개입해 방향을 조정하고, 타 부처와 협력해 정책수요의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부처 폐지 위기에 놓였던 여성부는, 더욱 작아진 모습으로 아예 그 존재의 이유조차 상실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정책에 “여성”자만 넣어 홍보하는 부처로 전락
 
여성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여성이 그린 세상, G-Korea”운동은 이러한 우려의 정점에 있다. “여성이 그린 세상, G-Korea”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따른 ‘그린뉴딜정책’에 여성부가 발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친환경제품을 구입합니다. 물을 아껴 씁니다. 실내온도는 적정하게 유지합니다” 등의 캠페인을 내걸고, 녹색소비문화 실천과제를 홍보하는 ‘WE Green 서포터즈’를 결성하고, 녹색생활 습관변화를 유도하고 실천과제 수행성과를 측정하는 ‘WE Green 매니저’를 두는 등 1970년대 독재시절 새마을운동을 연상케 한다.
 
또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여성경영자총협회, 새마을부녀회, 대한어머니회 등의 여성조직들을 망라해 ‘G-Korea 여성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를 토대로 녹색일자리를 만든다며 억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여성들이 국가의 ‘동원’ 대상에서 독립적 인격권을 가진 ‘주체’로서 성장해온 민주주의 역사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여성부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정부정책에 반영하기보다는, 되려 정부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여성부가 독자적 자기결정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금옥씨는 여성부가 “정부정책에 ‘여성’이란 이름만 넣어서 홍보하는 부서로 전락”했다며, “독자적으로 여성정책을 개발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 여성들의 삶과 연결시켜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여성의 눈으로 본 ‘녹색’이 4대강 살리기?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과 문화재파괴, 세금낭비 '망국사업'이라는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사진 출처-운하백지화 국민행동

여성부는 7월 첫째 주 제14회 여성주간에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을 주제로 기념식을 열었다. 여성부가 공지한 바에 따르면 이 기념식은 지난 4월 개최한 ‘G-코리아’ 행사의 후속으로, 식전행사로는 4대강 관련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단체 및 400개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이미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며 강력히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엄청난 홍보전을 펴고 있어 일방적인 추진방식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녹색연합 이유진 기후에너지국장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녹색성장은 문제가 많다”며, “여성부가 여성의 입장에서 녹색성장을 어떻게 볼 것이며, 무엇을 정책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고민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을 주도하지 못한 채 따라갈 생각밖에 안 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유진씨는 또 “이제 여성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예전 새마을운동처럼 부녀회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의 역할을) 너무 좁게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여성부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작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성부가 여성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부처인 만큼, 여성부의 급격히 달라진 행보에 단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구여성회 남은주 사무처장은 “(여성부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단체로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은주씨는 “지금 여성들은 일자리와 생계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여성부가 ‘과거의 녹색’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여성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안 그래도 미니부처로 예산도 적은데, 아까운 예산을 그렇게 쓰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최근 여성부 행보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하며,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여성부가 그동안 진보적 여성단체들과 가져왔던 파트너십을 어떤 평가도 없이 스스로 깨고 있다. (여성부 행보에 대해) 너무 많은 문제를 느끼고 있다. 사례들을 모아서 단체들과 같이 공동행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 여성부의 변천사와 정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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